마녀물고기 2004-07-05  

요즈음..
오랜만에 시집을 읽고 있습니다. 시의 언어, 참으로 아득하고 아찔한 것이어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먹울먹하게 들렸다는 아무 것도 아닌 한 소절에도 가슴이 쥐락펴락 제 마음대로 흔들리지 뭐야요. 하품같은 슬픔들, 허리춤에 졸라매고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는 욕망, 그렇지만 또 어느 한순간 뜻없이 지저귀는 아이들 철없음처럼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요.
장마 끝나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문득 그리워 다녀갑니다.
 
 
선인장 2004-07-05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와 사랑에 빠졌군요. 시집 한 권이 그대로, 나를 위한 연서인 것만 같아 아련하고, 두근거리고, 애처롭고, 슬프고. 그렇게 온갖 감정들 다 겪어가며 시집 몇 권을 읽고나면 온 몸에 진이 빠져, 어느새 나는 텅 비어버린 듯.
시는 어렵다, 어렵다, 좀처럼 곁을 주지 못하면서도 이따금 마음이 울컥하면, 오래오래 시집 한 권을 들고 다닐 때가 있지요. 감정의 과잉, 유치한 감상임이 분명한데도, 이것이 시를 이해하는 내 방식이라고 고집하면서 말이에요. 시는 님에게 말을 걸고, 님은 감정을 움직여 대답하고, 행복한 순간이리라 짐작합니다.

그렇군요... 장마가 끝나려면 멀었네요...
비 내리는 저녁, 따뜻한 차라도, 김 모락모락 나는 정종 한 잔이라도(이건 아닌가?), 아니면 어디 처마 밑에 쪼그려 비오는 소리라도...
그립다는 말 한 마디에 가슴이 뛰어, 함께 할 것들 소리 없이 주워담습니다.

hanicare 2004-07-1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빼꼼. 장마에 안녕들 하신지요.멀리서나마 안부를 여쭤봅니다.점점 뻔뻔해져서 선인장님 방명록에서 선인장님 행세를 하는 한익해올림.

선인장 2004-07-15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니케어님, 이미 익숙해져서, 저도 마녀물고기님도 반갑기만 하답니다.(할거랍니다)
비가 와도, 마음껏 누닐 수 있는 님의 정원도 안녕하지요?

마녀물고기 2004-07-16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 반갑습니다. 하니님의 정원 때문에 대략 배탈이 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