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이었다. 어두운 하늘 탓에 우울한 아침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다는 고3 딸내미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나는 연쇄살인사건 유튜브를 켜놓고 집으로 차를 몰았다.
딸내미는 내가 범죄 사건 동영상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편의 끔찍한 사건 파일이 정리될 때 쯤이면
언제나 나는 아파트 주차장에 당도해 있었다.
붕 떠서 날아온 것 같은 기분. 마치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긴 기분이었다.
김광석 길에 갔다.
무료주차장을 네비에 찍어갔지만
돌아온건 막다른 길.
돌고 돌아 동네 어귀 어딘가에 세웠다. 주차선이 그어진 곳이었다.
며칠 전부터 검색해놓았던
밀면집을 찾아보았다.
쉽게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밀면은 없다고 했다.
며칠동안 장염으로 고생한 터라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내 위와 장이 시원한 국물을 허락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국물은 먹지 못했고
야들야들한 밀면만 먹었다.
남편과 부산에 가서 먹었던 밀면만큼 맛있었다.
국물을 못먹어서인지 배가 부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만두 한 판을 시켰다. 먹다 남기면 포장해준다고 했다.
쫀득쫀득하고 따뜻한 만두를 먹다보니
8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포장할 필요가 없겠다. 괜히 물어봤다.
찌그러진줄 모르고 덥석 집어온 우산은
내내 말썽이었다.
감수하고 김광석 길을
비를 조금 맞으며 걸어보았다.
‘사랑했지만’ 가사가 쓰여있는 벽을 배경으로
셀카 한 장을 꾹 찍고
골목 길을 빠져나왔다.
아무리 뒤져봐도
차를 세워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
기웃기웃.. 어어...이쯤인데....아닌가....어쩌지...
그러다가 겨우 눈에 들어왔다.
주차비 스티커가 나를 더욱 반겼다.
전화를 받고 주차 관리원이 뛰어오셨다.
이천원을 지불하고
골목을 빠져나와 의료기 상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