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글뭉글 뭉글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하얀, 그러나 우윳빛
찐득찐득 찐득한
감촉이 있었다.
푸욱 찔렀다가 쑤욱 나오는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두 번째 손가락으로 꾸욱 찌른다.
그리고 눈에 힘을 준다.
어설픈 강도가 눈을 더 아프게 한다.
그 느낌을 안다.
도배용 풀
도배용 밀가루 풀이다.
직접 쑤기도 하지만
지업사에서 돈주고 산
비닐에 든 밀가루 풀
푸욱 찢어
도배지 흰면에 바르고
바르고 바르고 발라
방 벽에 쑥 붙인다.
그렇게 엄마는 내 방을 도배해주셨고
나는 풀냄새가 좋아서
엄마 옆에 쪼록 앉아 있었다.
오빠가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고
내 소원이었던 방을
꾸며주신 것이었다.
지저분한 오빠 물건들을 다 정리하고
내것으로만 채워진 방..
최초의 내 방이었다.
철제로 된 것이었지만 책상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 브로마이드로
한 쪽 벽을 도배했다.
분홍빛, 엷은 분홍빛 잠옷
잠옷, 파자마, 바지 잠옷을
엄마의 친구인 영해아저씨가 사주셨다.
영해아저씨..
그분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엄마가 저리 누워계신 것을 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