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하느님도 울어 브로콜리숲 동시집 51
변희수 지음, 이을희 그림 / 브로콜리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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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냄비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 시인은 열내는 나에게 아무 말 없이 뜸들 만큼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 촐랑거리던 물이 각잡고 나타났다고? 시인의 위트에 깔깔 - 모서리없는 세상 둥글둥글한 동그라미가 왕이 시가 되어 동화로 나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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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일 목요일

 

눈이 퉁퉁부었다

10시가 넘도록 쿨쿨 자댄 탓이다.

온다던 비는 안오고 환한 해가 비치는데도

정신없이 자는 엄마를 보는

아들의 기분은 어떨까?

아들보기 민망해서 어기적거리며 일어났다.

지하철역까지 태워주면서

학교 생활 잘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그럭저럭 지내는 모양이다.

군대가기전까진 특별한 계획없이

흐르는 세월에 몸을 맡길 생각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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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글뭉글 뭉글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하얀, 그러나 우윳빛

찐득찐득 찐득한

감촉이 있었다.

푸욱 찔렀다가 쑤욱 나오는

하얀, 그러나 우윳빛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두 번째 손가락으로 꾸욱 찌른다.

그리고 눈에 힘을 준다.

어설픈 강도가 눈을 더 아프게 한다.

뭉글뭉글 뭉글어지는

그 느낌을 안다.

도배용 풀

도배용 밀가루 풀이다.

직접 쑤기도 하지만

지업사에서 돈주고 산

비닐에 든 밀가루 풀

푸욱 찢어

도배지 흰면에 바르고

바르고 바르고 발라

방 벽에 쑥 붙인다.

그렇게 엄마는 내 방을 도배해주셨고

나는 풀냄새가 좋아서

엄마 옆에 쪼록 앉아 있었다.

오빠가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고

내 소원이었던 방을

꾸며주신 것이었다.

지저분한 오빠 물건들을 다 정리하고

내것으로만 채워진 방..

최초의 내 방이었다.

철제로 된 것이었지만 책상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 브로마이드로

한 쪽 벽을 도배했다.

분홍빛, 엷은 분홍빛 잠옷

잠옷, 파자마, 바지 잠옷을

엄마의 친구인 영해아저씨가 사주셨다.

영해아저씨..

그분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엄마가 저리 누워계신 것을 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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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아침이었다. 어두운 하늘 탓에 우울한 아침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다는 고3 딸내미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나는 연쇄살인사건 유튜브를 켜놓고 집으로 차를 몰았다.

딸내미는 내가 범죄 사건 동영상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편의 끔찍한 사건 파일이 정리될 때 쯤이면

언제나 나는 아파트 주차장에 당도해 있었다.

붕 떠서 날아온 것 같은 기분. 마치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긴 기분이었다.

 

김광석 길에 갔다.

무료주차장을 네비에 찍어갔지만

돌아온건 막다른 길.

돌고 돌아 동네 어귀 어딘가에 세웠다. 주차선이 그어진 곳이었다.

며칠 전부터 검색해놓았던

밀면집을 찾아보았다.

쉽게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밀면은 없다고 했다.

며칠동안 장염으로 고생한 터라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내 위와 장이 시원한 국물을 허락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국물은 먹지 못했고

야들야들한 밀면만 먹었다.

남편과 부산에 가서 먹었던 밀면만큼 맛있었다.

국물을 못먹어서인지 배가 부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만두 한 판을 시켰다. 먹다 남기면 포장해준다고 했다.

쫀득쫀득하고 따뜻한 만두를 먹다보니

8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포장할 필요가 없겠다. 괜히 물어봤다.

 

찌그러진줄 모르고 덥석 집어온 우산은

내내 말썽이었다.

감수하고 김광석 길을

비를 조금 맞으며 걸어보았다.

사랑했지만가사가 쓰여있는 벽을 배경으로

셀카 한 장을 꾹 찍고

골목 길을 빠져나왔다.

아무리 뒤져봐도

차를 세워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

기웃기웃.. 어어...이쯤인데....아닌가....어쩌지...

그러다가 겨우 눈에 들어왔다.

주차비 스티커가 나를 더욱 반겼다.

전화를 받고 주차 관리원이 뛰어오셨다.

이천원을 지불하고

골목을 빠져나와 의료기 상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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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가족이 있었다.

스코틀랜드 어느 해안가 동굴에서

사람을 잡아서 포를 뜨고 소금에 절여

두고 두고 먹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해안가를 보러온 여행객들은

영문도 모른채

식인가족의 한끼 식사가 되고 말았다.

 

갈비를 먹었다. 간장으로 맛있게 재워진 양념갈비였다.

내가 먹고 있는 이 소는

사람이 죽였겠지...사람이 살을 발라내고

기계로 뼈를 자르고

성능 좋은 냉동고에 널려 있다가

달콤하게 짠 맛이 나는 간장으로 재워졌다가

내가 구워 먹은 것!

한끼 식사!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가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 한 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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