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게 시작하고 싶은 하루였지만 

짜증내는 목소리로 아침을 맞이하는 아들 

더불어 내 기분마저 엉망이 되고 

그렇찮아도 흐린 아침 공기가 

쓸쓸하게 보인다. 

느적느적 학교로 향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오후에는 기분이 나아져야할텐데... 

 

기분좋게 맞이하고 싶었는데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일그러진 표정이 

펴지질 않는 아들의 태도에 

급기야 내 목소리가 커지고 날카로워지기 시작한다. 

집에서 나가라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들을 

억지로 대문밖으로 떠밀어버리고 

문을 잠궈버린 소리가 들린후에야 

아들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못했다는 말을 연거푸한다. 

 

결국 오늘도 내가 먼저 

어른인 내가 먼저 

엄마인 내가 먼저 

참지 못하고 

윽박지르는 것으로 상황을 끝맺고야 말았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아들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인내심이 부족한 엄마를 둔 

아들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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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먹구름이 하늘을 덮길래 

오랜만에 아침에 내리는 비를 구경하나 싶었다. 

그러나 서너시간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밝은 아침햇살이 쫘악 내리고 

나는 내일 

'어제는 비가 내렸죠'라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될 것 같다. 

노란 벽지 사이에 스며드는 햇살이 

예쁘다 예쁘다 했지만 

가끔  

우울해지고 싶을 때는 

아침부터 내리는 빗방울을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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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블로그 

 

어느곳에서 날아든 것인지 모르는 님들이 가득 

좁혀져버린 문자로 마치 어제처럼 인사하고 

대면하면 복잡해지는 머리때문에 

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타자한다. 

내 문자에 보여지는 호응에 미소지으며 

살짝 덧칠을 시작하고  

다듬고 심고 물주고 

있지도 않았던 씨를 땅에 묻고 

새싹이 돋아나는 기쁨까지 공유한다. 

그 새싹이 꽃을 피울 때는 

내 문자의 화려함은 꽃보다도 진해진다. 

레알 고민도 털어놓고 

가짜 고민도 만들어 

진심어림 충고가 담긴 문자를 흡수하며 

나의 대한 관심에 흐뭇해한다. 

모니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인 

좁은 방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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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로 살고 있는 즐거움을 

잊고 싶다는 것은 

이제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내버려두고 

묵직한 진지함을 원하는 

젊음. 

내 마음대로 휘갈기며 생각하고 

찡그리는 표정들을 즐기며 

나름의 철학을 조금씩 

굳혀가길 원하는 것 

때론 넓디 넓은 우주속에 

가벼운 깃털처럼  

멍하니 솟아있는 

의미없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들로 부터 

내것을 찾기까지 

그 많은 고뇌를 얹어봐도 

정답도 없고 대답도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 

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하기 싫은 것도 많고 

그저 보기만 하며 실실 웃고도 싶고 

나만의 목록을 만들며 

산다는 것의 정의를 내려보려고도 한다. 

정갈하게 인쇄된 책속에서 

진리를 찾기보다 

그 책 속에서 엉뚱함을 찾기를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한다.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은  

오직 고뇌해야할 대상일 뿐. 

어지러운 하늘을 

목을 젖혀 바라보다 

뒤로 벌러덩 드러누워버리면 

내 눈에서 공기처럼 떠돌아 다니는 

하늘의 수직이 점점 더 

나를 짖누르고 있는 것만 같은 것. 

생동하는 봄도 

푸르른 여름도 

원기왕성한 가을도 

고요한 겨울도 

모두 하나 

그냥 하나라며 자괴하는 것. 

그것이 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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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말하기 대회  

 

끄적끄적 몇 자 적어냈는데 

선생님이 민지를 지정. 

입이 한다발 나와 

궁시렁궁시렁 

하기는 싫은데 

무서운 할머니 선생님께 

못한다고 대들기는 더욱 어렵고 

애꿎은 엄마에게 화풀이. 

그래도 

이왕하는거 

꼼꼼하게 촘촘하게 

챙겼으면 좋으련만 

눈물 흘려가며 

거부하다가 

짧게, 최대한 짧게 하기로 

지친 엄마와 합의. 

그럭저럭 암기하고 

학교로 간 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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