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벼운 세상에서 죄를 지고서 산다는 것은 꽤나 근사한 일이다. 너무 행복하게 살지 않게 나를 단속해준다. 기독교의 원죄는 인간이 조금은 무거울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을 가진다. 자신을 침잠시키는 추가 없는 자들은 늘 너무 경박하다. 니체는 이런 지점에서 기독교를 과소평가했다. 자기혐오를 잊은 인간의 미소는 내게 구역질을 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잿빛 그림자를 가진 것들이 좋다. 자살에 실패한 자들. 게이와 트랜스젠더들. 아이를 지워본 적이 있는 여인들. 가책을 느끼며 도둑질을 하는 자들. 불륜을 범하는 자들. 점점히 박힌 후회로 한모금씩 삼키는 알콜 중독자들. 몸을 파는 여자들. 대마초를 피우는 자들. 지상의 이 모든 음지식물들을 사랑한다. 그 축축한 온기와 나는 성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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