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테네의 민주정은 현대 민주주의의 모태로 이해된다.
아테네에서 민주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가운데 놓져서는 안 될 요소가 아테네의 기후와 면적이다. 아테네는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1년중 6개월 이상이 따뜻했다. 이런 온화한 기후는 사람들을 집 밖으로, 특히 광장(아고라)으로 나가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또한 아테네는 섬의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도보로 이동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리는 작은 섬이었다.(대략 39km²의 크기로 서울의 종로구와 중구를 합친 정도이다) 작은 섬에 살았던 사람들은 육지나 보다 큰 섬에 거주했던 다른 이들보다 더 강한 공동체 의식과 결속감을 가질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은 문화에서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다. 즉, 아테네의 민주정은 그 섬이 가지고 있던 기후적, 지리적 특성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된 소통하는 문화가 그 토대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경험의 체화가 아테네의 민주정이라는 열매로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2일 광화문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였었다. 죽어버린 민주주의에 절규하는 이들도 있었고, 변화를 기대하며 즐겁게 투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부모의 손을 붙잡고 함께 걷던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작은 손에 촛불을 들고 아빠, 엄마와 함께 종로와 광화문을 두 발로 “걸었다". 평소에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그 길 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보았고”, "박근혜는 하야하라.”라는 외침을 “들었다". 아마 아이들은 이번 사태의 엄중성이나 복잡성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하야'란 말도 '퇴진'이란 말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표현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대통령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무엇인가 큰 잘못을 했고, 그 잘못에 대해 엄마, 아빠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이 혼내고 있다는 생각은 분명히 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높은 사람"도 잘못을 했을 때에는 모두가 거리로 나와 혼낼 수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두 귀로 두 발로 경험해 본 것이다.
93년 문민정부가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지도자를 제대로 뽑아본 경험이 30년이 안되는 초보 민주주의 국가이다. 이제 겨우 젖을 떼고 걸음마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넘어지기도 많이 했고 부딪히기도 많이 했다. 아마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12일 촛불을 쥐었던 그 작은 손과 광장을 향해 걸었던 그 작은 발들은 자라고 자라서 더욱 강하고 빨라질 것이다.
우리가 가진 희망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