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인간들이 사라져 간다. 얼마 남지 않았다. 아침 태양에 증발하는 풀잎 위의 이슬들 마냥 그렇게 다들 어디론지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새벽 시절에는 모두 촉촉하고 재미있었다.

함께 술을 진탕 마시고 그 가운데 한 녀석 학교로 달려들어가 교정에 서 있는 티코를 들어보리라 몇 놈이어서 낑낑거리다 포기하고 그도 안되니 학교 나무라도 뽑아야겠다고 객기부리다 지쳐 나동그라졌던 그 시간.

지방으로 대학 간 여자친구가 바람이 났다고 당장 달려가 상대편 남자 놈을 때려죽이겠다며 씩씩대던 놈의 허리띠 붙잡고 뜯어말렸던 그 시간.

송년회 날 함께 둘러앉아 각자가 뽑은 시 한 편씩 읽으며 한 해를 마무리했던 그 시간.

밴드 한답시고 어깨에 커다란 베이스 기타를 둘러업고 막걸리 몇 통을 사 들고 노래방으로 진입하다 술은 못 들고 들어온다는 사장님께 "동종업계인데 한 번만 부탁해요"라며 허락받고 목청 터져라 노래불렀던 그 시간.

뭐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밤새 암실에 처박혀 있다가 해 뜨고 집 가는 길에 치킨에 맥주 한잔 하며 사진이 뭐니 하며 미술이 뭐니 하며 예술가가 된 양 함께 떠들었던 그 시간.

이제 그처럼 재미있던 시간들이 성층권의 공기만큼이나 희박해져 버렸다.

새벽녘 풀잎 위에서 빛나던 그 많던 이슬들은 자기만의 태양이 떠오르고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너무 밝지 않았던 그 시간, 어스름히 그저 막연한 빛 떠오르던 그 시간.

그때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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