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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읽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
얼마 전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불쑥 현대예술에 대한 친구 나름의 정의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늘 그렇듯 친구는 명료한 방식으로 현대 예술의 범주와 특징들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서는 "그러나 그런 제도화된 공식에 맞춰서 예술을 하는 것은 일류가 아니다. 결국 최고의 예술은 작가 고유의 문제에 대한 치열한 천착에서 나온다"는 말도 잊지 않고 해주었다.
<읽는 인간>은 오에 겐자부로 자신의 글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의 작품을 읽지 않은 내가 그의 문학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 짧은 강연록을 통해 그가 왜 글을 읽고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자세로 읽기와 쓰기를 해왔는지에 대한 어렴풋한 윤곽을 그려보는 시도는 가능했다.
“괴로울 때는 주로 책을 읽습니다. 우선은 생활을 해나가야 하기에 소설을 씁니다. 어떻게 쓸 것인가? 읽고 있는 책을 실마리 삼아 내 생활을 쓴다, 아이를 중심으로 쓴다, 라는 식으로 써왔어요. p95”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뇌에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다. 눈물샘에 이상이 있어 눈물도 흘리지 못하며 한밤중에 소리 내어 우는 아이 옆에서 그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어 가운데 슬픔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읊조리며 그 고통을 견뎌낸다.
“윌리엄 블레이크라는 시인의 시를 쭉 읽어오면서, 제 인생의 문제, 그것도 몇 년 동안이나 이어져 온 중요한 문제를 소설로 쓰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소설을 쓰면서 문제점을 해결해왔습니다. p110”
또한 그가 고교시절 만난 이후 자신의 반쪽이었다 추억하며 생애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 사람이었다 고백했던 친구, 동시에 아내의 오빠였던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자살로 인한 상실과 아픔 역시 그는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통해 버티고 삼키어낸다.
그는 문학과 시를 진통제 삼아 삶의 고통을 견뎌냈고, 그렇게 삶 속으로 겹겹이 접혀진 아픔과 견딤은 작품이라는 방식으로 다시 펼쳐졌다.
그렇게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읽기와 쓰기는 구원이었을 것이다.
로맹가리의 역시 자신의 삶과 문학의 의미는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에서 찾은 여성성의 구현이라 밝힌 바 있다.
자기 문제를 향한 정직한 대면과 치열한 투쟁, 그리고 이를 통한 자아와 세계 이해의 확장. 이것이 좋은 작업의 전부라 할 수는 없겠느나 본질적 조건 중에 하나임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