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의미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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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여성입니다. 주의하세요, 여자들이 아니라 여성, 여성성 말입니다. 여성들, 여성을 향한 사랑이야말로 내 삶의 큰 동기이자 큰 기쁨이었습니다.” …… 


“나의 모든 책, 내가 어머니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쓴 그 모든 것에 영감을 준 것은 여성성, 여성성에 대한 나의 열정입니다. 그래서 간혹 페미니스트들과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내가 세상 최초의 여성적 목소리, 여성의 목소리로 말한 최초의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였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다정함, 연민, 사랑 등은 여성적 가치들이지요. 이런 가치들을 최초로 얘기한 사람은 예수라는 남성입니다.” …… 


“사실 사람들은 나 같은 불가지론자가 예수라는 인물에 그토록 집착한다는 사실에 항상 놀라곤 했지요. 내가 예수에게서, 그리스도에게서, 기독교에서 보는 것은 여성의 목소리입니다.” …… 


“만약 내 책들이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 거의 언제나 여성성을 향한 사랑을 얘기하는 책이라는 이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작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 

 

살면서 내가 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나의 모든 책 속에, 내가 쓴 모든 글 속에 이 여성성을 향한 열정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언제나 나는-예술적인 목적이 아니고는 교회에 발을 들여본 적이 없는 사람이 하는 말치고는 참으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것은 예수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말이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 말이 여성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이 내게는 여성성의 구현 그 자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


“나는 그저 훗날 사람들이 로맹 가리에 대해 말할 때 여성성의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를 말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로맹 가리가 죽기 몇 달 전 남긴 유언과 같은 고백이다. 그의 삶 전반의 궤적을 회고하며 마지막 장에서는 자신이 한 평생 문학을 통해 이루려 했던 것,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힌다. 그가 말하는 여성성의 문학적 구현에의 열정은 젊은 나이에 홀로 된 채로 아들을 위해 한 평생 헌신했던, 심지어 전장에 있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죽음마저 숨기고 200여 통의 편지를 지인에게 부탁해 죽음 이후에도 3년이 넘도록 아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내어 “탯줄이 계속 작동하게 해두었던” 그의 어머니가 보여준 사랑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가 로자 아줌마의 곁을 끝내 떠날 수 없었는지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맹 가리는 어린 모모를 통해라도 자신의 못다 했던 몫을 끝내 이루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신선한 형식과 내용으로 이목을 끄는 문학이나 예술 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들은 언제나 그 속에 인간에 대한 뜨거운 그 무엇을 담고 있다. 그것이 결여된 작품은 울림이 없다. 
 
모모의 마지막 말이다.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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