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좌파, 지식인, 작가등으로 칭해지는 몇몇의 "선생"들을 만난 경험을 떠올려보면 기대했던 모습과 그들의 실제 모습의 어긋남에 적잖히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글과 삶, 삶과 작품이 일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민주"니 "사람"이니 "평등"이니 하면서 매체들을 통해 "큰 이야기"를 전하던 그들의 삶이 그들이 비판하는 자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쓰린 마음이 들기도 했다. 되돌아 보면 나 역시 20대 혈기만 있던 시절, 술자리에서 내뱉었던 빈말들을 떠올리면 민망하기만 하여 근래에는 그때의 친구들을 만나면 닥치고 술이나 마신다.
그러니 내가 하고픈 말은 언행일치니 삶을 잘 살자느니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이, 인간이 원래 좀 비루하고 옹졸한 별 볼일 없는 것이란 말이다. 책, 신문, tv에서 접하는 근사해 보이는 이들의 실제 삶은 매체에 보여진 그 모습과 근사하지 않다라는 불편한 진실. 그러나 이 진실이 그 개인의 윤리나 됨됨이의 문제라기 보다는 매체와 인간에 대한 헛된 기대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왜곡된 인상이라는 것이 내가 하고픈 말이다. 문성근의 말대로 원래 찌질한게 인간인데 내 기대가 쓸데없이 컸던 것이다. 하여 나는 오늘부터 그들 지식인들, 작가들을 비롯한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모든 자들에 대한 환상을 철회한다. 애초 저 인간도 별것 없겠지라는 전제로 그들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자 한다. 그러다 우연히 기대보다 꽤하는 사람을 만나면 "제법인데"하면 그 뿐이다. 새삼스런 작가의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