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이었을 때 
아버지 사십대 후반이었으니
나는 참 젊은 아비를 가졌었다.

많이 미워했고 싸웠고 늘 패배했었다. 
강했다. 
모든 것이 나보다 더 강했다.

내 나이 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그때의 내 아비만한 강적을 만나지 못한다. 

나와 닮은 얼굴을 가졌던 그 사내의 위엄과 권위와 힘을 가진 적수를 아직 만나지 못한다.

아마 앞으로도 그런 강적은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어른이니까. 

그래서  고맙다.

내 어린 날 결코 이길 수 없었던 강적이 되어주어서 고맙다. 

그러니 부디 건강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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