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인터뷰

지 _ 〈인문정신을 다시 생각하며〉(《기획회의》 313호, 2012. 2. 5)라는 글에서 “인문정신은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이다”라고 하셨는데요, 지금의 인문정신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강 _ 김수영의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시가 있어요. 팽이를 보면서 김수영이 깨달은 게 있어요. 돌고 있는 팽이는 모두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돌잖아요. 그런데 팽이 하나가 다른 팽이의 회전 스타일을 따라서 돌다 보면 서로 부딪치게 돼요. 팽이 두 개가 돌다가 부딪치면 어떻게 되겠어요? 둘 중 하나가 넘어지거나 둘 다 넘어지잖아요. 독재나 자본주의란 것은 거대한 팽이 놈이 자기를 중심으로 똑같이 돌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똑같이 돌다 보면 결국 다 넘어지죠. 자본주의라는 것이 왜 나쁘냐 하면 자본이란 힘으로 모든 사람을 다 똑같이 돌게 하거든요. 그러면 사람들이 자기 제스처로 못 살죠. 자기 스타일대로 ...살아가려면 싸우기도 해야 하고 고통도 많이 생길 텐데, 그걸 감당해야겠죠.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돌면 독재자가 안 생겨요. 민주주의라는 것은 제도의 문제 이전에 개개인이 어떻게 주인으로 서느냐의 문제예요. 나 스스로가 주인이 안 되면 노예가 되어 주인을 찾게 된다고요. 그래서 제가 ‘멘토’를 비판하는 거예요. 좌우지간 스스로 돌아야 해요.
강 _ 인문정신이라는 것은 고유명사예요. 사람마다 자기 이름에 걸맞은 스스로의 스타일이 있다는 거죠. 강의할 때 이 얘기를 많이 해요. 올해 핀 벚꽃이 작년에 핀 벚꽃이 아니고 내년에 필 벚꽃이 아니라고요. 사람도 ‘사람은 다 똑같아’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죠. 나는 나다, 나는 십 년 전에도 없었고, 천 년 전에도 없었고, 천 년 뒤에도 없을 거라는 걸 알면 자기 삶을 살아야 하거든요. 그게 인문정신이에요. 고유명사를 되찾는 것,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안 하려고 하는 것. 사람은 다 달라요. 예술가나 영화감독, 자기 작품 만드는 사람은 생각이 다 다르잖아요. 무조건 자기 스타일대로 살면 다 새로워요. 그래서 새로운 작품이 나오는 거예요. 앞사람을 표절하면 안 된다는 덕목도 그래서 나오는 거예요. 흉내 내면 안 돼요. 그게 글이든 영화든 삶의 스타일이든. 형이 결혼했다고 자기도 결혼해? 촌스러운 거죠.(웃음)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당당한 애정, 하나밖에 없다는 소중함을 가지면 자본이든 권력이든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아요. 자긍심이 있어야 해요. 자유정신만이 자긍심을 가져요. 누가 나를 죽인다 해도 ‘땡큐’인 거죠. ‘내가 무서운가 보다. 내가 당당하게 사는데 내가 죽는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야’ 이런 정신이죠.
김어준 같은 경우 사인해줄 때 이름 쓰고 “쫄지 마 씨바”라고 쓰잖아요. 그 말이 실은 자유정신이에요. 그것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김어준을 높이 평가해요. 처음 딱 만났을 때 이런 사람 참 드문데 싶었어요. 자기만의 얘기를 하는 사람이 드물거든요. 김어준이 사람들한테 쫄지 말라고 하는 얘기는 김어준을 따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따라 하는 것도 김어준에 대한 배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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