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영학 100년의 사상
미야타 야하치로 지음, 김영철 옮김 / 일빛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학부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여 피상적인 경영학 지식을 갖고 있는 나는 책 제목에 매력을 느꼈었다. 경영학의 역사를 꿰뚫는 안목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경영학의 고전들을 뽑아서 각 책별로 (마치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느낌을 적어놓은 감상문 모음이다. 물론 그 형식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저자의 안목이 그다지 깊다고 느껴지지 않는 점이 문제다. 여러 책들을 짧게 (대개 10여쪽씩) 소개해 나가면서 저자는 기분 내키는대로(?) 내용을 상세히 풀어쓰거나 단지 줄거리를 설명하기도 하고, 현 일본 경영학의 상황에 대한 개인적 감상을 늘어놓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저자가 갖고 있는 관점은 경영학이란 사람을 다루는 것으로 이론적,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폭넓게 사회학적, 심리학적, 그리고 도덕적 (종교적?) 영역까지를 포괄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이 그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자 스스로 인정하듯이 하나의 학문으로서의 경영학의 존립 기반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저자가 원한 것이 경영의 사상, 경영의 철학이었다면, 경영학의 고전보다는 역사상 훌륭한 경영자들의 자서전들을 모은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저자가 칭송하는 책들은 대개 실무로부터 끌어낸 경험을 담은 것들이고(테일러, 포드 등), 비판하는 책들은 '학구적인' 것들이다 (허버트 사이먼, 마이클 포터).
내가 경제학자라는 데서 발동한 방어본능이겠지만, 저자의 경제학에 대한 태도는 적대적이다. 사실 경제학과 경영학이 우호적으로 대화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저자가 알고 있는 경제학과 경영학은 그런 대화가 시작되기 전의 기간에서 멈춘 듯하다.
저자의 경제학은 케인즈와 신고전파를 거쳐 신고전파 종합에서 멈추고 있으며(이들은 경영학과는 큰 교류가 없을 거시경제학 분야이다), 저자의 경영학은 생산관리, 조직론, 회계, 전략을 아우르지만 정작 재무관리나 기업지배 논의를 빠뜨리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주주 지배'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가 가능했을 것이다. 주주 지배를 사상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저자의 자유이지만, 이 책의 의도에 충실하려면 젠센, 메클링, 모딜리아니, 밀러 등의 기업지배 이론을 언급했어야 한다. (아, 지금 언급한 학자들은 '책'보다는 '논문'을 주로 쓴 세대들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어 원전을 번역하다 보니, 가끔 어색한 일본식 표현이 등장하는 점도 흠이다. 한 예로, '참입장벽'이라는 용어가 자주 나오는데 '진입장벽'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2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