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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en Stigler, Statistics on the Table

 

피어슨과 마샬 간의 논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스티글러는, 소위 한계혁명의 한 주역인 제본스(Jevons)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불가사의한 것은 제본스가 경제학의 수학화에 큰 기여를 하였고, 본인이 수학 및 통계학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과학에서 통계학적 방법론의 유용성을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에 통계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별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통계학적 방법론을 사용한 듯이 보이는 대목에 대해 스티글러는 간단한 논증으로 이를 반박하고 있다.

 

한편, 에지워스(Francis Ysidro Edgeworth)야말로 이 책 전반부의 hero이다. 그는 애초에 그리스 고전학자를 지망한 사람이었고, 독학으로 수학, 통계학, 경제학에 입문하였다. 고전에 뿌리를 둔 배경 때문에 글도 고상(?)하게 쓰고, 독창적인 방법론을 주창한 듯하다. 그가 이미 분산분석(anova)의 방법론을 통달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역시 시대를 앞서간 천재성이 보인다고 하겠다. 통계학에서나 경제학에서나 그가 마땅히 차지했어야 할 위치를 누리지 못한 것은, 통계학에는 다만 학문 역사에서의 아쉬움에 불과하지만, 엄밀한 실증경제학의 발전이라는 과제를 놓고 볼때는 큰 손해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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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en Stigler, Statistics on the Table

 

스티븐 스티글러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스티글러의 아들이다. 아버지 스티글러는 냉소적이면서도 번뜩이는 경제학적 기지로 이름 높았고, 본래 전공은 경제학사(즉 경제학의 역사)로서 미시경제학의 다양한 분야에 연구 업적을 남겼다 (시카고의 전통에서 그는 거시경제학은 거의 상종하지 않은 듯). 그 아들인 스티븐 스티글러는 통계학사(즉 통계학의 역사) 학자로 역시 시카고대에 재직 중이다. 이 책은 그가 발표했던 글들을 중심으로 근대 통계학의 성립 과정의 이야기들을 묶었다. 책 제목은 근대 통계학의 거인인 칼 피어슨(Karl Pearson)이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할 만한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과의 논쟁에서 사용했던 말을 따온 것으로, 가상적이고 이론적인 추론만으로 논리를 전개한 마샬에게 근거가 될 만한 실제 통계자료를 내어 놓지 않으면 반론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피어슨의 대답이다. 경제학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학문적 이슈가 될만한 이론과 실증 간의 긴장과 대립, 혹은 통합의 화두를 던지는 제목 아닌가. 

 

들뢰즈 & 가타리, <천 개의 고원>

 

철학이란 원래 무시무시한 땅이다. 그나마 무거운 단어와 문장 속에 익숙한 논리가 쉽사리 발견된다면 약간의 인내심만으로도 어느 정도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철학 독서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태도를 좌절시킨다. 애초에 저자들이 기존의 책쓰기 방식을 탈피하겠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시작하는 마당에 서양 사상의 기초를 깔아 놓고서도 동양적인 사유를 시도한다고 하니 동서양 모두의 사상 기반이 약한 동양의 어느 독자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오히려 시작부터 난무하는 수학, 생물학, 언어학, 정신분석 분야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비유들과 이야기들은 한편 자유롭게 상상하며 그 분위기만이라도 음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고 있는 듯하다. 아쉬운 점은 물론 원어를 알지 못해 (아무리 공들였더라도 어색할 수 밖에 없는) 번역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의 첫페이지부터 나는 '다양체'라는 말을 manifold로 이해하였는데, 각주를 보니 multiplicity이다. 리좀이라는 핵심 개념 또한 생물학에서 본듯한 단어인데 생각하면서 상상을 나래를 펴고 나름대로 네트워크 구조로 정리하고, 이를 다시 내가 알고 있는 수학에서 네트워크는 그래프이고 그래프는 다시 나무구조로 쉽게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저자들은 나무구조를 논박하고 있다. 다시 생물학 모드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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