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의 정열
루이스 월퍼트.앨리스 리차드 엮음, 이숙연 옮김 / 다빈치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전공과는 거리가 있지만 과학에 대한 대중적인 책들을 읽기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과학자들의 자서전이나 전기문, 인터뷰 등은 어려운 이론의 뒷얘기들을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기 때문에 즐겨 읽는다. 그런 점에서 <과학의 정열>은 기대가 가는 책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접으면서 몹시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 스스로의 문제부터 찾아보자면, 수학이나 물리학에 비해 내가 상대적으로 아는 게 적은 생물학자들이 이 책 주인공들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이 하나이다. (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이 책의 강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단지 분야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약점들이 여전히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보통 대중적 과학서적에서 다루어지는 이론이나 사람들에 비해서는 훨씬 '최근'의 학자들인 듯하다. 그만큼 그들의 기여나 영향력이 아직은 정리가 안 된 부분도 있다.
결정적인 문제는 바로 인터뷰 내용들 자체에 있었다. 나는 이 과학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정열을 바쳐 연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각 사람에게 할애하고 있는 분량이 너무나 적은 탓에, 기본적인 몇 가지 정보(어디서 나서, 어디서 공부하고, 주로 어떤 분야에서 일했고 등등)를 다루고 나면 거의 마지막 소감 한 마디 더 듣는 정도에서 끝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가장 흥미를 끌었던 인물은 과학의 환원주의를 반대하는 특이한(?) 사상을 가진 리차드 드워킨이었으며, 그의 인터뷰 내용 또한 주로 그와 관련한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어주었다. 솔직히 그 외의 내용은 기억나는 바가 별로 없는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