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주가 받고 싶은 생일선물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라고 말하자, 작가가 「쥐덫」을 써서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했다고 한다. 추리 소설이 그렇게 쉽게 써지는 건지 참. 중편 「쥐덫」 말고 단편 몇 개도 실려 있지만 그건 좀 별로다. 하지만 그걸 다 덮을 만큼 「쥐덫」은 재밌다. 이것도 중편이고 구성도 간단하지만, 뭐랄까 있을 건 다 있고 그래서 무척이나 깔끔하다. 사실 「쥐덫」은 다 읽고 나면 범인은 바로 코앞에 있었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일이었고 누구라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거였는데 어째서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읽고나서 무릎을 탁 쳤지만, 그와 함께 내 한계를 느꼈다고나 할까. 난 역시 탐정 재능이 없나 봐 하고. 코난 도일의 단편들도 좋지만, 추리 소설 입문용으로 「쥐덫」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