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르네상스 아트 라이브러리 4
리처드 터너 지음, 김미정 옮김 / 예경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목대로 ‘피렌체 르네상스’를 다루는데,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사조(물론 이러한 이름은 후대에 이르러서야 붙게 된 것이지만)가 나타나게 된 사회, 정치, 경제적 배경을 함께 살펴 본다. 조각과 회화, 건축 분야를 고루 살펴 보지만 우리가 ‘르네상스’ 하면 떠올리게 되는 천재들의 세기라는 관점이 아니라 이전까지의 토대 위에 쌓아 올려진 새로운 예술이 어떻게 피렌체를 르네상스의 꽃으로 만들었는가를 살펴 본다.
미술의 역사 또한 선적 발전의 관점으로 보아 온 사람들에게(사실 그러한 관점은 바사리의 ‘예술가 열전’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이 책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양식의 문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라는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품이 한 개인의 개성의 표현이라는 생각은 극히 최근의 것이며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이 시대의 미술가들에게 그러한 자의식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작품의 조화를 더욱 중요시했고 양식의 문제 또한 그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브루넬레스키가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를 세울 때 리브가 두드러지고 세로로 긴 고딕 형태를 택했던 것은 그가 르네상스식의 둥근 돔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고딕으로 지어진 성당에 그것이 보다 어울리는 양식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르산미켈레의 멋진 조각들을 분석한 장에서는 조각가들끼리 주고 받는 양식상의 영향, 자신들의 수호 성인들이 보다 훌륭하게 표현되기를 바라는 아르테(길드)들끼리의 경쟁에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예술의 표현 방식에 후원자들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르네상스는 천재들의 발명품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망, 시대 정신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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