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의 베네치아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그 영욕의 역사
프란체스코 다 모스토 지음, 권오열 옮김, 존 파커 사진 / 루비박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저자의 이름 때문이었다. ‘다 모스토’. 이 이름이 익숙한 이유를 생각하다가 베네치아의 유명한 팔라초들 중 하나인 ‘카 다 모스토Ca’ Da Mosto’가 생각났던 것이다. 과연 저자는 이 유서 깊은 가문의 일원이었고 그가 들려주는 베네치아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얼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보다 내밀하다.
천 년이 넘는 도시의 역사를 이야기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분량인 데다 분량의 많은 부분을 도판들이 채우고 있느니만큼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다른 책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이 책은 이미 베네치아의 역사나 문화에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고 있지만 관광 안내서가 아니라 이 도시 출신의 사람으로부터 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하다. 저자는 오래된 도시의 오랜 가문 출신으로서 과거와 미래 양쪽을 향한 시선으로 우리에게 이 도시와 도시를 건설하고, 살아 온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 그 중간중간, 자신의 선조들의 이야기를 엮어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내게 특히 흥미 있었던 것은 유명한 ‘카 다 모스토’가 더 이상 다 모스토 가문의 것이 아니고 다 모스토 사람들은 다른 팔라초에 살게 된 사연이었다. 결혼과 유산 상속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이 이야기는 짧게 언급되었지만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드라마틱함을 느끼게 했다.
저자는 베네치아 거주민으로서 관광객들이 베네치아의 경제를 지탱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베네치아 고유의 문화가 사라져가고 오염과 환경 파괴로 불안해져 가는 도시의 미래를 걱정한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관광을 위해 도시에 들르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도시를 사랑하는 거주민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절실한 문제일 것이다.
BBC에서 기획한 이 책은 존 파커의 아름다운 사진들로 더욱 풍성해졌다. 물론 어떤 사진도 베네치아 그 자체보다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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