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기원 - 프로이트전집 16 프로이트 전집 16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로이트의 종교에 관한 논문들을 묶어놓은 이 책은 종교를 믿음의 대상이 아닌 탐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겐 특히 흥미로울 만 하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첫번째인 '모세와 유일신교'부분. 나치 치하에서 카톨릭 교회의 권위에 기대어 보호받던 프로이트는 감히 이 내용을 발표할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영국으로 망명가서야 홀가분하게 이 원고를 세상에 내놓는다.

이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내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가 보이지 않는가? 프로이트는 모세를 유태인이 아닌 이집트인으로 상정하고, 구약에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일관성 없는 신의 성격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또한 모세가 가져온 '유일신'개념이(고대 사회에선 매우 예외적인 개념) 파라오 아케나톤에게서 유래했다고 주장하고 하나님이 성격이 다른 두 신의 합쳐서 형성된 것처럼, 성경에 등장하는 모세라는 인물 또한 다른 두 인물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말한다(마치 꿈의 작업이 공통점을 가진 두 인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나로 만드는 것처럼).

이러한 가설들을 바탕으로 종교는 결국 아버지 살해라는 원죄와 그 배경에 깔린 양가감정의 심리 상태라는 것을 주장하며, 아버지 살해의 원인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있음을 역설한다. 아뭏든 거의 모든 정신적 문제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귀결시키는 프로이트의 놀라운 능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약에서 가장 불가해한 부분 중 하나인, '모세를 습격하는 하나님'장면의 해석은 매우 설득력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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