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아 2009-08-11
제 짧은 엽서에 긴 답장을 주셨군요. 제가 뭐 위로받을 일이 있다고 이상하게 님의 글을 읽으니 위로가 됩니다. 혜덕화님 서재에 다녀온 뒤라 슬픔이 고인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비가 옵니다. 낮에 언니의 도움으로 잠깐 절에 다녀왔습니다. 오고 가는 길에 비를 만났습니다. 우산을 준비해간 탓에 직접 맞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는 비가 좋습니다. 이 비가 사람들을 힘겹게 한다는 보도를 보고서야 마음껏 좋아라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사소한 일이고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것에 비길 수 없는 일이지요. 제가 아이라면 그저 비만 보고 좋아하고 기뻐할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아니라서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다는 겁니다.
한번씩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님의 폐는 평안합니까? 님이 계신 곳은 숨쉬기 좋습니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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