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아 2009-08-11  

제 짧은 엽서에 긴 답장을 주셨군요. 제가 뭐 위로받을 일이 있다고 이상하게 님의 글을 읽으니 위로가 됩니다. 혜덕화님 서재에 다녀온 뒤라 슬픔이 고인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비가 옵니다. 낮에 언니의 도움으로 잠깐 절에 다녀왔습니다. 오고 가는 길에 비를 만났습니다. 우산을 준비해간 탓에 직접 맞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는 비가 좋습니다. 이 비가 사람들을 힘겹게 한다는 보도를 보고서야 마음껏 좋아라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사소한 일이고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것에 비길 수 없는 일이지요. 제가 아이라면 그저 비만 보고 좋아하고 기뻐할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아니라서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다는 겁니다. 

한번씩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님의 폐는 평안합니까? 님이 계신 곳은 숨쉬기 좋습니까? 라고. 

 

 

 
 
돌바람 2009-08-1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그치고 새벽에 싱싱한 햇살을 맞으며 또 한 차례 자전거를 끌고 거리를 뒤졌어요. 참 깨끗해져 있어요. 이렇게 맑은 거리는 이곳에서는 도통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입안이 떫어요. 덜 익은 감을 깨물고 끝까지 그걸 오물거릴 때처럼, 아니 뱉기는 뱉어야겠는데 뱉을 곳이 너무 맑게 빛나고 있어서 꿀꺽 삼키는 것이 낫겠다 여겨지는 새벽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동화작가 중에 김우경이라는 분이 계세요. 아니 계셨어요. 그분이 보던 세계가 새벽에는 내게도 찾아와주었답니다. 어쩌면 나는 새벽에 그분이 그려낸 동화 속의 개, 두칠이가 되어보고 싶었던가봐요. 그렇게 그분을 기억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언젠가 산청 근처를 지날 때, 시간이 시작되는 그곳 덕칠이의 골짜기에 들러보려구요. 심어산 어디쯤일까, 그렇게 내 폐를 숲에다 풀어놓고 숨쉴 수 있겠죠.
아이들 깼죠? 두 놈이 동시에 엄마를 부를 땐 어떻게 하세요? 젖을 먹이시나요? 뒤돌아서면 배고프지 않으세요? 힘드시죠? 그래도 행복하다, 순간순간 감사해하는 모습 눈에 선해요. 이누아님 육아 이야기도 (큭큭) 듣고 싶어요. 무척 터프할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