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민타스 밤부소이데이아!

사내는 잠든 여자의 귀에 속삭인다.

-아민타스 밤부소이데이아.

여자가 잠꼬대로 답한다. 여자의 잠 속으로 물 소리, 흐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물 소리, 돌부리에 걸리는 물 소리, 돌에 걸려 갈라지는 소리, 갈라져 물 속을 파고드는 소리, 그 위로 날던 물총새 소리, 물총새 머물던 시냇가 섶 풀 꺾이는 소리, 꺾인 풀을 안고 떠오르는 바람 한 점, 바람 지나가는 자리마다 허공에 파이는 무덤들, 무덤들 위로 덮이는 물 소리, 허공의 무덤을 관통하던 수리 한 마리, 허공에 길을 내는 저 먼 소리, 먼 소리들이 돌아와 시냇물에 감기면 발가락 끝에 닿는 물의 혓바닥, 물의 혓바닥이 저녁을 간질인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 괜찮아.

여자가 듣고 싶은 말만 시냇가의 크기로, 시냇가의 물살로, 밀고 차고 파고 흔들며 저녁이 말한다. 물 속에 박힌 돌의 목소리로. 그가 들어올린 돌멩이 아래 보라의 물고기, 모래무지의 목소리로. 물살의 크기로 파고든다. 새는 풀 섶을 뛰어다니며 풀을 건드리고, 시내는 돌을 건드리며 갈라지고, 새는 허공을 끌어올리며 저녁을 만든다. 멀리서 새가 늘려놓은 허공을 따라 어떤 향기가 감긴다. 세탁통 속에서 그가 나온다. 비틀거리며 찌그러진 동전을 내민다. 저녁은 너와 걷고 싶어, 기다리는 건 내가 할게, 사내가 말한다. 여자는 시냇가에 발을 담그고 돌덩이 하나를 들어올린다. 보라의 물고기가 여자를 건드리며 헤엄쳐간다.

  -<저녁의 목소리> 중

 

 https://youtu.be/MswxCuaiV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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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11-29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들었습니다.

돌바람 2018-11-2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