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화이트홀이란 무엇일까요?

오늘날 우리는 하늘에서 많은 블랙홀을 볼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블랙홀을 보기 전에도 이미 그것에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 덕분에 블랙홀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죠. (마르세유에 있는 우리부서장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블랙홀의 실제 존재를 의심했지만 (너무 이상하다나요.) 블랙홀은 이론가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대상이었죠. 방정식의 해이니까요.
화이트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인슈타인 방정식의한 해인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그것은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또 다른 해가 아닙니다. 
블랙홀을 기술하는 것과 동일한 해이지만, 시간 변수의 부호를 반대로 쓴 것입니다. 동일한 해를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본 셈이죠. 화이트홀은 블랙홀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거꾸로  재생할 때 나타날 모습인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모든 기초 물리학의 방정식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방향을 특정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어떤 과정이 일어날 수있다면, 동일한 과정이 시간적으로 역으로 일어날 수도있음을 말해줍니다.

만약, 블랙홀이 여정의 끝에 도달해 공처럼 튀어 올라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이전에 지나온 길을 되돌아간다면 그것은 화이트홀로 변한 것입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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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인을 기다리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4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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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역사 속에 존재하고, 역사에 반해 음모를 꾸미도록 운명지어져있다. 제국의 속마음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끝장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어떻게 하면 제국의 시대를 연장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

 제국은 낮에는 적들을 쫓아다닌다. 제국 은 교활하고 무자비하다. 제국은 사냥개들을 이곳저곳에 파견한다. 밤이 되면, 제국은 재앙에 대한 상상을 먹고 산다. 도시가 약탈당하고, 사람들이 강간당하고, 죽은 사람의 뼈가 산처럼 쌓이고, 드넓은 땅이 황폐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미친 상상이지만 전염성이 강하다. 

부드러운 호숫바닥 진흙을 밟으며 물살을 가르고 있는 나도, 충성스러운 졸 대령보다 그러한 생각에 덜 감염된 건 아니다. 끝없는 사막에서 적을 쫓아다니고, 칼집에서 칼을 꺼내 야만인들을 연거푸베어 쓰러뜨리다가, 동료들이 박수를 치고 공중에 축포를 쏘아대는 가운데 ‘여름별궁‘으로 통하는 청동 문을 기어올라, 영원한 지배를 상징하는 뒷발로 선 호랑이가 받치고 있는 지구의를 쓰러뜨릴 운명을 타고난 야만인(당사자가 아니라면 그의 아들 혹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의 손자)을 마침내 찾아내 죽이는 상상을 하는 졸 대령보다 내 감염의정도가 덜한 건 아니다. - P219

"어떤 사람들이부당하게 고통을 받으면, 그 고통을 목격한 사람들은 수치심 때문에 괴로워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나 자신을 위로해봐도 마음이 편치 않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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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공간이고, 인생은 인생이다. 어디를 가나 똑같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노고로 편하게 먹고사는 나에게는 여가시간을 때우기 위한 문명화된 악습도 없다. 그래서 나는 우울함에 맘껏 젖어 텅 빈 사막에서 특별한 역사적 비애를 찾으려 하는 것이다. 헛되고 한가하고 잘못된 짓이다!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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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고독 그 자체일 뿐이지요."
...
"여러 가지 고독들로 둘러싸인 고독." - P79

 "샤를하고 너는, 사교계 칵테일파티에서 불쌍하게 속물들 시중이나 드는 동안 좀 재미있게 해 보려고 웃기는 파키스탄 말을 만들어 냈어. 뭔가 신비하게 만드는 즐거움이 너희에게 보호막이 돼 주었을 거야. 하긴 그게 우리 모두의 작전이기도 했지.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하지만 내눈에는 우리 장난이 힘을 잃었다는 게 보인다. 너는 기를 쓰고 파키스탄어를 해서 흥을 돋우려 하고 있어. 그래 봐야 안 돼. 너는 피곤하고 지겹기만 할 뿐이야." - P96

" 하늘이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구나. 아름다운 나의 삶이 전보다 더 아름다우리라고.
삶은 죽음보다 강함 것, 삶은 바로 죽음을 먹고 사는 법이니."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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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살면서 사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다투고 그러지, 서로 다른 시간의 지점에 늏인 전망대에서 저 멀리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건 알지 못한 채 말이야." - P33

"나 자신한테 화가 나서 그래. 나는 왜 틈만 나면 죄책감을느끼는 걸까?"

"괜찮아."

"죄책감을 느끼느냐 안 느끼느냐. 모든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 같아. 삶이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지. 다들 알아.
하지만 어느 정도 문명화된 사회에서 그 투쟁은 어떻게 펼쳐지지? 보자마자 사람들이 서로 달려들 수는 없잖아. 그 대신 다른 사람한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거야. 다른 이를 죄인으로 만드는 자는 승리하리라. 자기 잘못이라 고백하는 자는 패하리라. 

네가 생각에 푹 빠져서 길을 걷고 있어. 어떤 여자가맞은편에서 오는데 마치 세상에 저 혼자인 것처럼 왼쪽도 오른쪽도 안 보고 그대로 전진하는 거야. 둘이 서로 부딪쳐. 자,

이제 진실의 순간이야. 상대방한테 욕을 퍼부을 사람이 누구고, 미안하다고 할 사람이 누굴까? 전형적인 상황이야. 사실둘 다 서로에게 부딪힌 사람이면서 동시에 서로 부딪친 사람이지. 그런데 즉각, 자발적으로, 자기가 부딪쳤다고, 그러니까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가 하면 또즉각, 자발적으로 자기가 상대에게 부딪힌 거라고, 그러니까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면서 대뜸 상대방을 비난하고 응징하려드는 사람들도 있지. 
이런 경우 너라면 사과할 것 같아 아니면 비난할 것 같아?"

"나라면 분명 사과하겠지."

"아이고, 이 친구야, 너도 사과쟁이 부대에 속한다는 거네.
사과로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 그래, 그렇지."

" 그런데 착각이야. 사과를 하는 건 자기 잘못이라고 밝히는 거라고. 그리고 자기 잘못이라고 밝힌다는 건 상대방이 너 한테 계속 욕을 퍼붓고 네가 죽을 때까지 만천하에 너를 고발하라고 부추기는 거야. 이게 바로 먼저 사과하는 것의 치명적인 결과야.

" 맞아. 사과하지 말아야 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모두 빠짐없이, 쓸데어없이, 지나치게, 괜히,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서로 뒤덮어 버리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아."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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