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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모험 채널 5 1
시바타 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남국소년 파푸와>로 알려진 시바타 아미는 우리나라에선 비주류 작가에 속한다. 그녀의 대표작들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작품 전체에 흐르는 정서가 우리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적인 색채가 짙은 데다가 소년 만화의 그림체로 레이디스 코믹(!)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매니아들이 아니라면 굳이 그녀의 만화를 찾아 보진 않게 될 듯.
<미래 모험 채널 5>는 지금껏 그녀가 그려왔던 만화 중 가장 근미래적이고 거대한 스케일의 설정을 지니고 있다. 시바타 아미는 지금껏 내놓은 작품들에서 그러하듯 여전히 '원형 그대로의 지구'를 이상향으로 삼고 있다. 이 작품은 오염된 토양과 음식들 덕분에 인간의 수명이 20살까지밖에 되지 않는다는 음울한 설정 하에, 유기작물을 먹고 자라는 순수한 아이 히카루를 '유일한 희망'으로 설정하고 있다.
블루, 레드, 블랙, 그린, 그레이의 다섯 개 행성과 그를 수호하는 염뢰강도홍의 다섯 전사들. 그리고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주인공 히카루와 그의 수호인 쿠레나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만화는 일견 많은 소년 만화들이 취하는 설정-강한 자를 이기고, 그와 친구가 되어 더 강한 자에 맞선다-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 하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것은 위에 적은 더없이 평범한 설정이 아니라 등장인물들 사이의 기묘한 관계들이다. 시바타 아미의 만화는 소위 말하는 '야오이' 혹은 '동성애' 코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매우 낯선 것이다. <남국소년 파푸와>나 <자유인 히로>에선 '우정과 의리'라는 말로 살짝 눈가림했던 '남자들 간의 뜨거운 애정'은 이 만화에서 극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의 도덕적 잣대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관계까지...
'마츠모토 레이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만화를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그녀의 거창한 말과 마츠모토 레이지가 직접 쓴 헌사에 비했을 때 솔직히 설정이나 전개가 새롭다고 볼 순 없지만, 등장인물들 사이의 기묘한 관계가 묘하게 내 신경을 잡아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연재 중단된 작품이라고 하던데...그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점점 복잡하고도 기묘하게 얽혀갈 것이 틀림없는 그녀의 이번 작품이 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알고 싶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