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
베티 도슨 지음, 곽라분이 옮김 / 현실문화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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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진짜 쉽게 얘기할 주제가 아니다. 내가 고민하고 생각하는 거와 타인들의 체험과 인식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고 그 거리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입밖으로 못내고 혼자 끙끙앓거나 불완전한 정보를 들으며 고단한 생활을 한다.

인간은, 생명은 성이 있다. 사랑도 성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금기와 제약을 관습과 규범이란 형태로 내면화하였기에 어디서도 성에 대해 진지한 태도는 익히지 못한채 깊은 밤 욕망에 흔들리며 거리를 헤맨다.


사람들은 성생활을 어떻게 할까, 욕망을 옥죄고 감추는 문화속에서 행복한 성을 누리고 아끼고 있을까?! 이러한 호기심은 나의 불만족한 상황에서 더욱 커져만 간다. 분명히 누구나 하는 거지만 쉬쉬하는 성과 성문화, 조용히 알아서 하는 거라고 말하기엔 잘못되고 삐뚤어진 게 많고 너무나 부족한 정보로 인해 개인 혼자 외로이 걱정한다.


성을 침묵으로 덮기보다는 난 대화하고 배우려 한다. 성 역시 다른 행동양식과 똑같이 학습하고 발달시켜야 한다. 30년 전에 나온 이 책의 내용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만큼 아직 성에 대해 개방적인 문화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이에게는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성은 존재의 근원이다. 가장 중요한 걸 무시할 수 없다. 비록 금욕하는  슬픈 환경에 놓여있지만!^^

 모두, 행복하길, 육체와 정신 모두, 지금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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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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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민규>
우선 책 소개에 앞서 지은이 박민규에 대해 말해보자. 젊은 작가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며 자기 길을 개척한 그는 2003년 ‘지구 영웅 전설’로 문학동네 작가상을, ‘삼미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례문학상을, 2005년 소설집 ‘카스테라’로 신동엽 창작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수상이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책 내용이다. 기존 문학의 엄숙함을 비웃고 문법을 비틀면서 마련한 ‘박민규식 글쓰기’는 신선함을 넘어 충격이었다. 고상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치하게 보일 정도로 책 내용 전체에 가득한 말장난은 꼼꼼히 따져보면 그저 장난이 아니라 체계와 조리가 있다. 이러한 깊이 있는 말장난은 앞 뒤 문맥을 이어주고 글 읽는 속도를 높여주는 작가의 배려이고 작가의 건방짐을 보여주는 도구다. 물론 작가의 건방짐은 자기 성찰을 전제로 하기에 독자들과 문단에게 아주 유익하다.

 

박민규 글을 얘기하면서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아주 재미있다. 여기에 그친다면 박민규 책은 ‘재미있는 오락거리’ 였을 거다. 그러나 늘 뼈아픈 문제를 다루고 있고 굳어가는 의식을 깨뜨리며 고민하게 만든다. 핑퐁에서 박민규는 삶의 의미에 물음을 던진다.

<다들, 잘하고 있습니까?>

적응이 안돼요
다들 결국엔 자기 할 말만 하는 거잖아요
얘길 들어보면 누구도 틀렸다고 할 수 없어요
왜 그럴까요, 왜 아무도 틀리지 않았는데 틀린 곳으로 가는 걸까요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무엇보다
그걸 용서할 수 없어요
60억이나 되는 인간들이
자신이 왜 사는지 아무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거잖아요
그걸 용서할 수가 없어요  <핑퐁, p117>

왜 사는 걸까? 이 물음을 생각하면 언제나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고민할수록 세상일들은 보잘 것 없어지고 기존 질서는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옆 사람들 눈치를 보며 묻고 싶다. 다들, 잘하고 있습니까?

왕따를 당하는 중학생인 못과 모아이, 두 주인공이 인류소멸과 지속을 결정하는 탁구를 친다. 세상이 깜빡해버린 두 주인공의 상대는 절대로 깜빡할 수 없는 현재 인류의 대표가 나온다. 바로 쥐와 비둘기, 작가가 인류의 대표성격이라고 표현한 이 둘의 상징은 다수성과 잔존성이다. 다수가 되려고 애를 쓰고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인류는 60억이나 인구가 되지만 외롭다. 다수라 수는 많지만 대량 공산품처럼 다른 게 없기에 지루하다. 그리고 똑같기에 의미가 없다. 의미는 차이에서 나오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생존이 아닌 길들여진 방식대로 잔존하는 인류는 작가의 말처럼 이곳에서 너무 오래 잔존해왔다. 늘 그렇듯 되풀이되는 세상사는 의미와 변화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마치 ‘핑’하고 강력한 서브를 보내도 어김없이 ‘퐁’하고 돌아오는 리시브처럼.
핑퐁, 핑퐁하며 랠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는 있다. 의학으로 사람 생명을 구하면서도 학살이 일어나고 과학으로 이기를 만들면서도 대량 살상무기를 만들고 지식으로 생각이 깨어나는가 하면 지독한 편견으로 가득차기도 한다. 듀스는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핑’하고 진보를 했다가 반복하는 ‘퐁’에 지쳐 조건반사된 생활을 작가는 파고든다.

결국 지구의 인간은 두 종류다
끝없이 갇혀있는 인간과 잠시 머물러 있는 인간

갇혀 있는 것도
머물러 있는 것도
결국은 당신의 선택이다

이데아(IDEA)는 결국
아이디어(idea)에 불과한 것이니까

같은 이유로
인류의 2교시도 두 갈래 길이 아닐 수 없다
지금과 다른 생물이 되거나
다른 생물에게 바통을 넘기거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문제제기를 한다. 왜 사는가? 조건반사된 생활에 딱딱해진 심장으로는 절대로 답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생물에게 바통을 넘겨야 한다. 지난 날 공룡처럼. 아니면 지금과 다른 생물이 될 수밖에 없다. 심각한 화두를 던지며 책은 끝난다.
다들 잘하고 있습니까? 결국은 당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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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에게 자유를 주고싶다 - 딸에게 주는 사랑, 자유, 그리고 명상 이야기
홍신자 지음 / 안그라픽스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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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어버이의 당부와 심정을 쓴 책은 여러 편 있다. 염려와 바람을 가득 담은 책은 늘 감동이었다. 기존 책들과 달리 색다른 감동을 준 책을 만났다. ‘나도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1998, 안그라픽스]는 성공한 무용가이면서 명상가인 홍신자씨가 딸에게 편지 형식으로 쓴 책이다.

보통 어버이들은 자식이 건강하게 자라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되길 원하지 않는가? 입신양명이 최고의 효도라는 말도 있고. 그런데 지은이는 딸에게 자유를 주고 싶단다. 제목부터 부쩍 관심이 커졌다. 구도의 길을 가면서 자유롭게 사는 어버이가 딸을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할 지 궁금했다. 구도의 길에 애정은 집착을 낳아 버려야할 감정이기에, 자식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대단한 애정 관계이므로 방해가 될 테니까.

먼저 홍신자씨를 짧게 소개하자. 1960년대, 20대 후반 늦은 나이에 자기 길을 깨닫고 미국으로 건너가 무용을 시작한다. 갖은 고생을 하며 8년여를 준비한 끝에 무용가로 데뷔하고 인정받다가 인도로 훌쩍 떠나가 라즈니쉬 제자로 3년 동안 수행을 한 뒤 한국에 돌아와 띠동갑인 연하의 남편을 만나 딸 희를 낳는다. 미국, 중국에서 활동하고 하와이에서 머물다가 1993년 영구 귀국하여 경기도 안성의 죽산에 정착하여 웃는 돌 무용단을 이끌며 해마다 죽산 국제 예술제를 열고 있다.


대단한 열정이 보이는 이력이고 굉장히 색깔 있는 삶이다. 그러나 딸은 너무도 유명한 어머니의 그늘에 가려 자기 존재가 누구의 딸로서 묻히는 게 싫었을 거다. 곁에 머무르지도 못하고 시골로 들어간 엄마를 딸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딸은 가출도 하고 자식이 어버이에게 하듯 반항한다. 그래도 홍신자씨는 딸을 동등한 인격체로,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로, 삶의 중요한 이유로 믿음의 끈을 꽉 쥔다. 패스트푸드, 소비지향 도시생활, 화려한 자본주의식에 익숙한 딸에게 채식과 소박한 생활, 조용한 자연을 얘기하는 지은이는 강요하지 않는다. 10대 때는 무엇을 얘기하건 기성세대들이 싫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정하게 말을 건네면서 밖을 가리킨다. 저 넓은 세상에서 누리고 경험하라고.


‘설령 나의 믿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도 나는 끝까지 너를 존중하겠다. 그것이 엄마로서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라고 여긴다.’

책은 헤아릴 수 없는 사랑으로 채웠고 세월과 명상에서 빚은 지혜가 묻어난다. 딸의 눈높이에 맞추고 열린 가슴으로 딸을 품는다. 열정으로 살아온 이야기와 보통사람이 꿈꾸는 자유를 누리는 구도가로서 딸에게 말한다.

 

‘ 널 믿어, 자유롭게 살렴, 사랑해!’


홍신자씨도 만나고 싶지만 믿음을 먹고 사랑을 흠뻑 입고 자유안에서 딸 희가 어떻게 자랐나 궁금하다. 죽산예술제에 한번 가봐야겠다.
홍신자 홈페이지 http://www.sinchah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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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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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눈 만을 홀리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마음을 훔치는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 잭 니콜슨이 사랑에 빠졌을 때 한 말 처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지닌 사람!

한비야! 세상을 상상하고 세상과 호흡하던 그는 세상을 안고 있다. 성장하는 그가 바라보는 세계와 겪는 경험들은 재미와 함께 싱싱한 기운과 치열한 삶을 전한다. 머무르다가 고정되어가는 고개를 돌리게하고 피로에 감겨가던 눈을 뜨게 하고 무뎌가다 굳어가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코로만 숨시지 않고 가슴으로 숨쉬게 하고 내 욕심 채우기 위해서만 혀를 쓰지 않고 막혀있던 귀를 열게 한다.

 

어떻게 생겼냐보다 어떤 느낌을 풍기냐가 중요하다. 현재 어떠한 지보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바라고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더 나은 세계와 멋진 사람관계를 꿈꾸라는 그는 명확하게 인생의 가치를 매겨준다. 시간 지날 수록, 사회와 부대낄수록 혼란스런 목표와 가치들을 바로 잡아주고 이끌어준다. 무엇이 중요한지 헷갈리고 사람마다 가치관이 갈리고 꿈이 뒤바뀌는 요즘, 순간을 꽉채우고 삶을 사랑하게 하는 한비야는 중요하다.

 

선생님이란 말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뜻과 딱 어울리는 한비야!! 당당하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는 그와  나란히 걷고 싶다. 빙그레 함께 웃으며!  반짝 반짝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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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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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코엘료는 여성성에 대한 예찬과 영성에 관한 신비로운 이야기로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가다. 신작 ‘포르토벨로의 마녀’[2007. 문학동네]의 주인공은 이제껏 소설에 등장하였던 인물들보다 돋보인다.


 이 소설은 포르토벨로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이야기들보다, 인물들이 각 장마다 서술자가 되어 진행하는 소설방식보다도 여주인공이 세상 인지하는 태도와 삶을 살아가는 자세가 훨씬 인상 깊은 책이다.

 

주인공은 루마니아에서 영국으로 입양되어 자라다 독립을 하는 여성이다. 20살 때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가 되기로 결심하고 아이를 갖는다. 원치 않은데 아이가 생기거나 결혼제도 안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남자친구를 선택하고 아이를 낳은 후 혼자서 키우는 남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생명을 낳는 여성성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자기 삶을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주인공은 상당히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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