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MB氏를 부탁해 - 집단지성,공영방송을 말하다
집단지성 엮음 / 프레시안북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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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시끄럽지요. 보신각영상에 시민들 반응을 빼버린 KBS를 보면서 걱정이 커집니다. 시민들의 외침이 깨끗하게 지워진 채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야기가 TV로 전달이 되었지요. KBS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지워버려도 상관없고 높으신 오세훈 시장님 얘기를 온전히 전하는 일이 중요했겠지요. ‘알아서 기는’ KBS를 보면서 대표가 바뀐다는 게, 권력이 압박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느껴지네요.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미 정권은 방송장악을 하려고 작심을 했지요. 촛불집회도 불온한 <PD수첩>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믿고 있는 그들에게 골치 아픈 얘기 자꾸 꺼내는 MBC는 눈엣가시겠지요. 방송때문에 정권을 두 차례나 빼앗겼다고 믿는 그들은 어떻게 하든 방송을 손에 쥐려고 하고 있습니다. MBC를 권력나팔수로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자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실시했고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빤하니까요.

 

지배신문언론이 MBC가 문제 많으니 사영화를 하자고 졸라댑니다. 그래? 하면서 정부는 준비한 듯 대응하고 어떠한 공청회나 정당한 절차 없이 방송법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일상에 바쁜 시민들이 MBC사영화가 왜 문제인지 알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MBC, MB氏를 부탁해>[2008. 프레시안’북]에 MBC를 왜 공영방송으로 지켜야 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방송장악하여 장기집권 하겠다고는 못하겠고…

 

지금 정권이 자주 쓰는 ‘잃어버린 10년’이라 표현이 있듯이 10년 동안 대통령하지 못한 탓을 방송에게 돌렸지요. 시대가 달라지고 사람들 생각이 바뀐 걸 느끼지 못하고 자신들과 다른 소리를 내는 방송에 이를 갑니다. 정권과 언론은 불가근불가원이 기본인데도 인수위 때부터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정권이었지요. 그답게 정권을 쥐자마자 낙하산부대를 투입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언론을 묶으려 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장악해 장기집권을 꾀한다고 솔직하게 얘기는 차마 못하겠고 시청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부분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사영화 근거로 내세우는 논리는 첫째, 한국에 공영방송이 너무 많다는 것, 둘째, MBC가 그간 너무 편파방송을 했고 조직 경영의 생산성이 낮은 것입니다.

 

논리는 너무 유치하고 아전인수로 자료들을 해석하고 있지요. 미국과 영국, 일본의 사례를 들며 해외선진국의 경우 1공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요. 물론 이들 세 나라가 PBS, BBC, NHK라는 1공영 다민영의 방송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국의 정치, 경제, 언론의 역학관계와 사회발전의 단계가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한 형식 논리일 뿐 아니라 복수의 공영방송 체제를 갖는 나라도 많다는 걸 얘기 안하고 있지요.


@오소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MBC가 편파방송을 했다? 그럼 ‘촛불도 반 잘못했고, 엉터리 졸속협상도 반 잘못했어요,’라고 방송을 해야 그들은 속 시원할까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냐고 문제제기를 한 <PD수첩>이 그럼 ‘정부가 훌륭하게 협상을 맺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마음껏 드셔도 좋습니다.’라는 방송을 해야 그들은 흐뭇할까요?

 

조직경영의 생산성이 낮다? 공영방송이 시민들 대상으로 장사하는 곳인지요. 그리고 MBC본사는 최근 4년 동안 400억 이상, 2007년에는 1142억이라는 순이익을 남겼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큰 이득을 올려야 그들은 만족을 할까요. 왜 우리의 경영실적을 조중동에서 걱정해주는지 모르겠다는 <북극의 눈물> 조준묵 PD의 얘기가 떠오릅니다.

 

사탄의 무리와 명박산성

 

언론은 권력자에게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은 가만히 내버려두면 썩을 수밖에 없기에 감시하고 쓴 소리를 해줘야 합니다. 언론이 권언유착에서 벗어나 파수꾼 역할을 해주는 것이지요. 이 소리가 듣기 싫을 수밖에 없겠지만 권력은 감수해야합니다. 그것이 정상 언론과 정상 정부의 관계지요.

 

국정홍보를 맡고 있는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촛불집회를 비난하면서 과장과 거짓으로 무장한 세력, 심지어 사탄의 무리 운운한 것을 보면서 섬뜩한 느낌마저 듭니다. 동시에 청와대의 전면적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MBC뉴스데스크> 2008년 6월 8일

 

촛불집회를 보면서 사탄의 무리라고 하는 청와대 높으신 분들에게 보통 시민이라면 당연히 섬뜩한 마음이 들지요. 시민들의 마음을 콕 집어 대신 말해주는 게 언론이지요. 그러나 권력자들은 시민들 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방송보고 조용하라고 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시민들과 얘기하고 싶어 하는지 ‘명박산성’이 잘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참 잘했어요.’ 도장만 받다가 잘못했다고 반성문 쓰라니까 토라진 아이처럼 굴고 있습니다. 권력자들은 일을 잘 하여서 ‘참 잘했어요’ 소리를 들으려 하기보다 방송의 목을 비틀어서 ‘잘했다’는 얘기를 들으려 합니다. 사탕발림 아부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시민들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일부 불손세력의 조종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자신들과 쿵짝이 잘 맞는 조중동에게는 밥상을 차려주려 합니다. 자율과 시장원리라는 그럴듯한 논리로 당근을 내놓았지요. 반면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비판을 하는 언론과 인터넷을 향해서는 관리와 통제라는 채찍을 꺼내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사이버모욕죄가 통과되면 소급해서 처벌할까 괜한 걱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쉽게 꼬드기면 넘어가는 멍청한 대중?

 

정부가 언론과 인터넷을 어떻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일들이 많았지요. 그 가운데 인상 깊은 거 하나를 소개합니다. 2008년 5월초, 문화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들에게 교육한 파워포인트 자료 내용을 <한겨레21>712호에서 공개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인터넷)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지만 정성스런 답변에 감동하기도 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붉은 악마처럼 그럴듯한 감성적 레토릭과 애국적 장엄함을 섞으면 더욱 확실하다.”

 

“이해찬 세대의 문제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고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니 직업전선에 더욱 급급하고, 하다 안 되면 언제든 허공에 주먹질할 것이다. 최루탄 3발이면 금방 엉엉 울 애들이지만 막상 헤게모니를 가진 집단이 부리기엔 아주 유리하다.”

 

대중을 선동 가능한 대상으로 보고 조작과 세뇌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어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끔찍합니다. 이날 교육에서는 마지막으로 언론 대책과 관련해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소프트 매체에 대한 조용한 (취재) 아이템 제공과 지원도 효과적”이라며 방송장악 흑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럼 문화부 홍보지원국 소관은 누구일까요. 바로 너무 이름 높으신 신재민 차관입니다. 그는 <주간조선>편집장과 <조선일보>부국장을 지낸 뒤, 1990년대 후반 미국 워싱턴 특파원 재직 시절, 미국에서 체류하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지요. 대선직전부터 ‘이명박의 입’으로 일하던 그는 문화부 2차관이 됩니다. 그를 보면서 이 정권이 얼마나 언론을 통제하려고 하는지 느껴집니다.

 

문제는 ‘이명박의 입’과 ‘문화부 2차관’은 역할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사실이다. 2008년 2월 29일 문화부 차관으로 임명된 신 차관은 최근까지도 ‘이명박의 입’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가 히틀러를 위해 언론 장악에 전력을 기울였던 것처럼. - 책에서

 

다시는 땡전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

 

누가 지금 MBC사영화를 바라고 밀어붙이고 있나요.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될까요? 곰곰 생각해봅니다. 지금도 지배언론에서는 MBC사영화를 반드시 해야 된다고 날마다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정녕 MBC를 걱정하고 공공 이득을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걸까요? 지금까지 조중동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얼마나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MBC는 힘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거는 기대와 두터운 신뢰를 갖고 있지요. 거기다 영상이 주는 파급력은 대단하지요. 쇠고기 수입협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하기 전이었던 2007년까지 <프레시안>에서 광우병을 다룬 기사가 200개 넘습니다. 사람들은 그런가보다 하다가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한방에 민심이 들끓게 되지요. 그만큼 방송이 갖는 힘은 대단합니다.

 

방송이 힘이 큰 만큼 특정 세력 밑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방송은 공공재로 시민이 주인입니다. <PD수첩>의 약자 PD는 프로듀서(Producer), 또는 프로그램 디렉터(Program Director)가 아니라 Power of Democracy라고, 미디어 민주주의가 걸린 문제이고 결국 MBC수호는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이라는 김민웅 교수의 지적을 곱씹어봐야 합니다.

 

80년대, 9시가 되면 ‘삐~삐~삐. 땡,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로 시작하는 뉴스가 날마다 나왔지요. 이른바 ‘땡전뉴스’지요. 그때 언론이 앞 다투어 충성하던 위대한 지도자 전두환이었습니다. 불과 20년이 조금 지난 오늘날, 전두환은 국가전복 우두머리이고 수천억을 해먹었지만 통장에는 30만원밖에 없으니 배 째라는 ‘호쾌한 장군’이십니다.


다시는 땡전뉴스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라디오에서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를 하듯이 MBC를 잡게 되면 어떻게 될지 짐작이 됩니다. ‘땡이뉴스’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벌써 KBS는 정권에 쫄아서 새해부터 시민들의 외침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만큼 정치권력은 무서우므로 경계해야 합니다. MBC는 MB씨 당신 것이 아니라고 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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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ex 2009-06-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독재정권아래 살고 있지만,시대가 바뀌고 시민의식이 예전과 달라진 시점에서
시민들이 순수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들조차도 못내고, 그저 외면하고 침묵만 하고 있을 수 없지 않나요~!!
사이버모욕죄 같은건,,, 현정부와 반대적입장에 있다고 해서 김대중,노무현 전대통령에게 모욕적으로 비난하고 악담하는 자들에게나 해당되야 할겁니다.

좋은책 2009-06-29 12:56   좋아요 0 | URL
선생님 말씀처럼 침묵해서는 안 되지요.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지금 겪는 부조리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훗날 한국을 더 튼튼하고 아름답게 해주리라 믿습니다. 선생님부터, 그 둘레부터 바꾸고 변화를 일궈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