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전두환 - 전2권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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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 현대사는 진행형이라 여러 사람들의 이해가 얽혀있어 덮어둔다. 귀찮고 밥이 안 나오기 때문에. 나날로 강해지는 밥벌이의 강박에서 지난 날을 꺼내는 건 순진한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3000년 전을 교육하는 교과서에서 30년 전 한국이 어떤 사회였는지 침묵한다. 일본이 한국에 어떤 짓을 했는지 세세하게 가슴에 새기면서 한국이 한국에게 한 짓은 쉬쉬한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다.’ ‘시대의 한계’라고 적당히 얼버무린다.


한국이 밟아온 길이 어땠는지를 알아야 다음 길을 예측할 수 있다. 그 길을 거슬러 가지 않아도 좋다. 표지판만이라도 앞날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셈에서 만화 전두환1.2(시대의 창, 2007, 백무현)은 고마운 책이다. 바탕이 허전해서 붕 뜬 채 길을 헤매던 젊은이들에게 길 안내를 할테니까.


만화라는 장르는 한국현대사가 갖는 무게를 조금 덜어줘 읽는 이에게 정치 부담을 줄여준다. 아직까지 생각의 반쪽을 금지당한 채 자기 검열을 해야하는 한국사회에서 역사만화는 읽는 이들에게 현대사를 전달하는 똑똑한 방법이다. 그리고 글자만으로 모자란 구체성을 더한다. 구체성은 현장감을 주며 당시를 재현한다.


만화 전두환은 단순사실을 늘어놓는다. 이러한 서술방식은 영화‘화려한 휴가’를 닮았다. 지은이가 적극적인 해석을 하고 개입을 하기보다 나열을 해서 평가는 고스란히 ‘보는 사람’에게 넘긴다. 그렇기에 비빔밥에 들어갈 적당한 재료들을 모았을 뿐, 고추장이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을 아끼고 전하는 방식이 괜찮은 편집이다. 70-80년대를 잘 몰랐던 젊은이들에게 지나친 ‘시대 반성’과 과거사 강요는 오히려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화살표하나를 줘서 그 다음은 읽는 이들에게 맡긴다. 그 화살표를 따라 더 들어가느냐, 다시 가던 길을 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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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봉 기자의 글마을 통신 - 새움 에크리티시즘 2
최재봉 지음 / 새움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글은 삶에서 흘러나온다. 삶의 방향, 냄새까지 죄다 글은 닮게 된다. 사람의 얼굴 같은 게 글이다. 그렇게 봤을 때, 잘 쓴 글은 지은이와 이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글이 나오기 까지 쌓아왔을 고민과 정성에 마음이 움직인다.

최재봉기자는 한겨레신문 문학담당기자였다. 앞서 있던 조선희, 고종석이라는 커다란 산 사이에서 그는 솔직하고 정갈한 글 솜씨로 자기 산을 쌓는다. 그 산 쌓기가 10여 년 동안 이어졌고 산에서 나온 열매들을 모은 책이 <최재봉 기자의 글마을 통신, 새움, 2004>이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애정 혹은 편애’란 제목으로 작가들에 관한 글을, 2부는 서평과 평론을, 3부는 신문기사, 4부는 고정 칼럼을 묶었다.

지은이는 글을 잘 쓴다. 기자니까, 더구나 문학담당기자니까 하면서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짚어본다. 그가 쓴 글은 딱 부러지지 않지만 치우치지 않으려는 중심이 잡혀있고 소박한 낱말들을 사용하지만 알맞은 쓰임새로 문장과 글은 풍요롭다. 이러한 글을 쓰기까지 그가 흘린 땀과 썼다버린 종이를 생각해본다.
그는 잘 팔리게 기획한 책들을 홍보하여 판매를 부추기는 문학 기사를 쓰지 않는다. 단순 사실을 전하는 기사보다 비평을 담아 기사를 쓰고 독자에게 고민과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불의 80년대’를 당시 ‘대학’에서 보낸 그이기에 안주하고 편한 길을 가려는 문학에 매도 든다.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펜을 잡는다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글을 쓰는 매체와 싣는 원고량에 따라 내용과 양이 달라지는 게 그의 펜대 실력이다.

10년여의 세월을 갈무리 했기에 90년대 문학사를 알게 되고 작가의 날카로운 눈과 따끔한 분석을 배울 수 있다. 문학과 벗하고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우직한 선생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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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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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럴 때가 있다. 괜히 투정부리고 떼쓰고 싶은 때, 막연하게 현실이 불만스럽고 나몰라라 내팽겨치고 싶은 때, 이런 때 달아나는 마음을 어떻게 붙잡아 둘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따끔하게 혼이 나는 건 어떨까? 내 어리석음을 꾸짖어주는, 당장은 써도 훗날 약이 될 보약 같은, 어른들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사라진 오늘 날, 훈장선생님이 허리를 꼿꼿히 세운 채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는 듯한 문장들을 모은 죽비소리를 소개한다.(2005, 마음산책)


옛 선비들의 글이라하면 고리타분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말만 앞세우는 양반들의 이중성과 겹쳐지면서 그들의 글도 진실이 담기지 않은 강정같다고 섣불리 단정짓고 있었다. 그러나 선비가 무엇인가? 군자가 되려고 수양하는 사람이다. 수많은 거짓 선비들 가운데 진짜 선비는 있기 마련이다. 그 선비들은 기교가 아닌 가슴으로 글을 썼기에 읽는 사람들 가슴에 전해진다.


죽비소리는 우직한 선비들의 글을 추려 묶었다. 1년 열두달의 의미를 따와 열두장으로 나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번역되어 있다. 몇 백년 전 사람들의 글은 한문으로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 한문을 먼저 직역해서 풀고 그 다음 해석을 곁들인 맛깔난 글이 이어진다. 보기를 들면 이렇다.


자세(姿勢)

집안 사람인 이광석은 길을 갈 때 그림자를 밟지 않았다. 아침 나절에는 길 왼쪽으로 갔고, 저녁에는 길 오른편으로 갔다. 갈 때는 반드시 두 손을 모두어 잡고 척추를 곧추세웠다. 일찍이 함께 3,40리를 가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宗人復初 行影, 朝日卽行路左 夕日卽行路右, 行必拱手卽脊嘗與之同行三四十里 諦視之, 無少改焉
-이덕무 (德懋, 1741~1793), {사소절 士小節}

옛 그림을 보면 절대로 그림자를 그리는 법이 없다. 구름도 그리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허상이기 때문이다. 항상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은 참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집안 사람 이광석은 제 그림자조차도 밟지 않는다. 그림자를 밟는 것은 결국은 저 자신을 밟는 것이고, 저 자신을 거리낌없이 밟는다면 남도 서슴지 않고 밟을 수 있겠기 때문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길 왼편으로 들고, 해가 뉘엿해지면 또 오른편으로 들어, 그림자를 그늘에 숨기거나 뒤따라 오게 한다. 길을 걸으면서도 척추를 곧추세우고, 두손을 맞잡아 성(誠)과 경(敬)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다. 내가 그 독실한 사람됨을 사랑한다. 일거수일투족에도 바른 자세를 잃지 않는 그를 보며, 오늘의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한자 공부도 할 수 있지만 정민선생님이 번역한 글의 단아함에 눈이 먼저 가고 풀이한 수려한 글에 마음이 따라간다. 비록 읽는 내내 찔리는 구절과 맞닥뜨리면 얼굴이 빨개졌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곁에 둔 책이 되었다. 명랑하지는 않지만 우직한 벗 같다. 처음엔 바른 소리에 뜨끔하여 편치 않으나 귀감이 되고 더 ‘된 사람’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정신이 번쩍 드는 말씀, 죽비소리, 흐트러지고 게을러져 자극이 필요할 때 읽기를 권한다. 그리고 정성이 가득 담긴 책을 읽으며 지은이의 유명세가 헛되지 않은 것도 알 수 있다. 탐나는 구절을 적으며 마무리 하겠다.


지극히 오묘한 말은 오래되어야 맛을 알게 되고, 낮고 가벼운 작품은 언뜻 보기에는 좋아 보인다. 배우는 사람은 책을 볼 때, 마땅히 되풀이 해 읽고 깊이 생각하여 글쓴이의 뜻을 얻으려고 기약해야 한다.
이제현(1287~1367),{보한집}

첫눈에 반해버리는 사랑을 믿지 마라, 뒤따르는 실망이 크다. 설탕참외는 싫다. 처음엔 떨떠름해도 길게 뒷맛을 남기는 감람 같은 과일이 되고 싶다. 곱씹어 음미할수록 깊은 울림을 남기는 말, 글쓴이의 마음자락이 느껴질 듯 말듯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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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사진사 - 철학도에서 최고의 사진사가 된 도밍고가 전하는 삶의 9가지 지혜
정원준 지음 / 울림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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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류시화씨는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란 시모음집을 내면서 시가 갖고 있는 치유력을 얘기하였다. 그 시모음집을 읽으니 시큰거리는 마음 한구석 고민이 낫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말이 갖고 있는 치유력을 알게 되었다. 시란 정성과 뜻으로 맺어서 어우러진 말들이다. 그 안에 담긴 정성과 뜻이 사람들을 치유한다. 다쳤을 때 바르는 빨간약처럼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한다.

호호 불어주는 양호선생님의 입김 같은 글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 책을 만났을 때 상처가 있었나보다. 산다는 게 상처의 연속이기에. 처음엔 흐려진 눈으로 책을 펼쳤다. 가볍게 볼 생각이었는데 책은 한 겨울에 손난로처럼 문장들이 따뜻하게 다가와  마음을 데웠다. 그 책이 달과 사진사(울림사, 2005)다.

<상처를 얘기하기>

삶은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P22)

지금 힘든 일이 나중에는 별 거 아니라서 기억도 안날 거라는 거, 안다. 그런데도 이렇게 힘들고 외로울까. 자신이 갖고 있는 기대와 욕심이 현실과 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 자신의 욕심을 그려 넣을수록 자신은 초라해진다. 욕심은 끝이 없고 내가 닿을 수 있는 범위는 끝이 있기에.

현실이란 ‘나와 타인의 관계’다. 현실에 불만족하다는 것은 타인과 관계에서 삐거덕거리는 게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곰곰이 따져보면 자신이 스스로에게 불만스럽다. 이러한 불만을 바꾸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용기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지혜다. ‘지혜는 지식과 달리 세월에서 오기에’ 아직 여물지 못한 나는 어리석고 불만에 차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난 마음의 렌즈를 통해 타인을 바라다본다. 그래서 타인의 참된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욕심이 낀 눈으로 보면 욕심쟁이들 밖에 안 보인다. 언제쯤 지난 상처를 딛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세월에 조금 더 흘러야 하나.

<치유>

책 줄거리를 짧게 말하면, 지난 날 충격과 아픔에 묶여 있는 주인공이 치유하는 얘기다. 주인공은 직업이 사진사다. 하지만 일에 흥미를 못 느끼고 지난 날 상처에 매어있다. 주인공의 상처는 사건만 다르지 보통사람들이 갖고 있는 상처와 비슷하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닮았으므로 그의 상처와 치유하는 과정에 공감이 간다.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얘기를 들어주고 도움말 주는 멘토는 신기하게도 ‘달’이다. 늘 우리 곁을 맴돌면서 있어주지만 요란한 불빛들에 현대인들은 잊고 사는 달. 그 달이 위로를 해준다. 주인공이 털어 놓는 아픔만큼 그는 과거에서 벗어난다. 그가 털어내는 만큼 읽는 이도 같이 과거를 털을 수 있는 위로를 얻는다. 이렇게 치유하는 힘을 지닌 문장이 책 곳곳에 묻혀 있다.

주머니 속 구슬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때
비로소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밤하늘의 별을 빛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이의 볼에 예쁜 보조개를 피게 할 수는 있다.

이 세상에는 남을 돕지 못할 만큼 가난한 이도 없고
남의 도움을 받지 못할 만큼 부요한 자도 없습니다.

더 많은 보물들이 숨어 있다. 읽는 사람이 캐서 마음에 새길 때 빛나는 말들. 책 읽는 속도를 늦춰 며칠에 걸쳐 나눠 읽었다. 겨울날 따뜻한 차를 마시듯.

<수용 그리고 소망>

떠날 때는 모두 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 거예요.

왜, 모두들 주려고 할 때쯤 떠나는 것일까.

나비가 되어 훌훌 날아가기엔 너무 짊어지고 움켜쥐고 있는 게 많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탐하고 성내는 일상, 밤이 되면 미안함으로 채워지는 낮, 그리고 다시 세상사에 휩쓸리는 약한 나, ‘죽음이 꽃가루 날리는 장례식을 기다리지 않을 걸’ 알면서도 어제와 비슷하게 오늘을 산다. 내게 주어진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그렇다고 세상에 대해 비관하거나 허무에 빠지지 않는다. 지금은 어리석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에. 이렇게 둔한 존재로 세상에 던져놓은 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 이 세상 여행을 마치는 날, 신은 무엇을 했냐고 묻지 않고 다만 이 말을 해주며 감싸안아줄 것이므로.

'많이 아팠지......’

‘당신이 누군가에게 희망을 말하기 전에는 결코 희망은 다가오지 않는다. 절망도 희망도 결국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나온다.’ 희망을 얘기하고 사랑을 노래하자. 그렇게 남을 만나고 나를 아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기에,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기에.
사람은 날개를 잃고 지상에 내려와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고통을 극복하고 더 많은 쾌락을 얻기 위해 문명을 발달해 왔으나 사람 존재에 배어있는 고통은 어떤 편리한 문명도 낫게 한 적이 없다. ‘고통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 깊이 품을 때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이기에 자신의 몫이다. 자신의 고통을 감당하는 이만이 남의 아픔에 귀 기울 수 있다. 몸이 더 편한 세상이 아닌 아픈 마음에 손 내밀 수 있는 세상이 되어 가슴마다 녹아내린 고통을 벗 삼아 사랑이 피어나길 바라며.

신은 우리에게 날개를 빼앗은 대신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우리들의 가슴에 옮길 수 있는 두 팔을 주셨던 거야(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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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단순한 지혜
위대한 붉은 사람 지음, 하비 아든 엮음, 구승준 옮김 / 한문화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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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대문명과 도시생활이 모든 것처럼 길들여진 사람들. 늘 바쁘고 피로에 시달리며

많은 것들을 쓰고 누리면서도 허기를 느끼는 사람들.


무언가를 놓치고 있기에, 분명히 알고 있지만 찾을 용기가 없기에 따끔하게 다가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담겨있는

책. 아주 단순하기에 더 놀라운 책!


우주를 품고 있고 자연과 벗이었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얘기는 짧지만 힘이 있고 되새길수록 울림이 크다.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는건가. 아침에 거울에 비치는 불행한 얼굴을 보며 돌이켜본다.

살자... 행복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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