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 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 사회 SERI 연구에세이 18
최재천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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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탑골공원에 가본 적 있는가. 거기 계신 분들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한가로움과 따분함이 뒤얽힌 노후, 점점 쇠약해지는 몸, 국가가 대하는 노인들 처우, 노인 이미지.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이제 고령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2008년은 완전노령연금 수급자가 나오는 해다. 완전노령연금 수급자란 20년 연금액 납임, 만 60세 이상, 위 2가지 요건을 갖춘 사람들로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한지 20년이 되는 해가 올해다. 이전까지는 일부금액을 삭감해서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부쩍 고령사회를 경고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연금법개정, 저출산율, 노동력부족과 맞물려 더욱 불거진 고령화문제는 알고 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UN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7%가 넘는 사회는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이고 14%를 넘으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이상인 사회는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분류한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고 2018년에는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되기까지 프랑스가 150여년 걸리는데, 한국은 26년이 걸릴 거라고 예측된다. 이러한 고령사회를 ‘예정된 핵폭탄’.‘천천히 다가오는 쓰나미’로 인식하고 쓴 책이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 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사회’[2005, 삼성경제연구소]이다.

지은이 최재천씨는 이화여대 교수로 대중의 과학화를 위해 글을 쓰는 분이다. 그가 생물학자로서 말한다.
‘다른 생물들에게는 생식능력의 마감이 대부분 죽음을 의미하는데 반해, 인간은 번식기가 지나서도 상당기간 생명을 유지하는 참으로 별난 동물이다.’
그는 머지않아 인생100세 시대가 오니까 번식기(reproductive period)와 번식후기(reproductive period)로 아예 50년씩 인생을 둘로 나누어 살 수 있게 제2인생 준비를 주장한다. 책은 개인의 행동지침과 준비과정보다 사회구조의 변화, 세대간 인색조정, 고령화 사회준비를 위한 여러 가지 혁명적인 제안을 한다.
° 초등 5년, 중등 5년, 대학 5년을 교육받는 5·5·5제도로 전환, 전문대학에서 더 발전한 특화대학, 40대들이 제 2인생준비를 위한 재교육대학 같은 교육제도 혁신
° 임금피크제, 역모기지 같은 고령화시대에 맞는 경제제도 개발과 도입, 보직과 보수의 분리로 일터문화의 새바람
° 열린 이민제도 도입, 아이 보육에 대규모지원과 직장 내 보육시설 확충으로 여성인력 활용
° 제2인생을 맞이하는 자세와 가치관 변화, 사회인식 개선, 그리고 건강관리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노인들은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나 있다. 이미 와있는 고령화사회, 안정된 노후를 위해 몇 억을 모아야 한다는 숫자놀음에 눈 먼 세태, 최재천 교수는 따끔하게 지적과 대안을 내놓으며 개인이 아닌 사회가, 나아가 전 세계가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Y2K문제 경고가 철저한 준비를 낳아 별 탈 없이 21세기를 맞았듯이 고령사회 경고가 치밀한 계획을 만들어 현명하게 인구구조 변화를 수용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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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 - 이지누의 우리땅 밟기 - 첫번째
이지누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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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알리고 팔려고 얼마나 말들이 넘치는지 서점에 가서 책 표지를 둘러보면 안다. 당연하게 써있는 추천사들과 휘랑 찬란한 소개는 그 책에 끌리게 하지만 책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치면 왠지 속은 느낌이 든다. 책 겉보다는 안을 읽으려고 애를 써도 너무 많은 책 숲에서 바라는 책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매체에서 소개되는 좋은 책에 관심이 가게 되고 책 내용에 앞서 꾸민 겉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사람의 첫인상이 그 사람 가늠에 도움이 되듯이.

이토록 정갈한 사진과 깊은 사유로 담금질한 기행산문집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홀연히 그의 걸음을 따라가 보라. 어느새 풍경은 간 데 없고 당신의 내면을 걷고 있는 자신을 만날 것이다. -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샘터, 2004] 뒷표지-

책 뒷면에 적혀있는 이러한 소개를 먼저 봤다면 과장된 미사여구라 여기고 괜한 반감에 손이 안 갔을 수도 있겠다. 그냥 손이 닿아 보다가 다 읽게 되고 뒷표지에 글귀를 봤을 때,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정말, 체험을 거쳐 나온 깊은 사유와 절절한 표현, 한글자마다 정성을 다한 글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아래 구절을 천천히, 찬찬히 읽어보길.

그대, 스산한 풍경의 염전을 거닐다가 눈부시도록 하얀 소금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가. 유리창마저 깨져 을씨년스럽기만 한 염전사무실에서 검게 그을린 늙은 염부와 깡소주를 마시며 굵은 소금을 안주 삼은 적은 있는가. 썩어도 좋을 것과 썩히지 말아야 할 것들의 가치에 대하여 그와 잔을 부딪혀보았는가 - 곰소 염전에서 -

이 책은 이지누씨가 찍고 쓴 변산반도 기행산문집이다. 지은이가 변산반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만난 풍경에 감성을 담아 빼어난 글 솜씨로 엮었다. 이색장소와 낯선 경치에 짧은 감상과 잠깐의 도취를 적은 숱한 여행 책들에 지쳤다면 지은이가 오랜 시간 들르고 머문 익숙한 장소에 묵힌 감정이 발효된 이 책 만나보길 권한다. 콩이 하루아침에 된장 되는 게 아니듯, 그의 필치와 생각의 깊이는 그가 치열하게 외로웠고 괴롭게 탐구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글귀를 읽어보자.

모항, 팥죽바위 앞에는 바다로 떠나지 못하는 배가 있다. 날이 갈수록 이끼가 돋아나고 사람들이 두어 병 소주와 함께 버리고 간 모진 그리움의 무게로 침몰한 배, 나는 그 배를 보며 주머니 속 애틋한 그리움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살면서 그리움 서넛 지니고 사는 것 또한 아름다운 일이니까. - 모항에서 -

이지누씨를 소개하면 우리 삶의 풍경과 원형을 찾으려고 우리 땅을 골골샅샅, 잼처 밟아 나가며, 우리 땅 서정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뭇사람들의 지혜를 만나려고 스무 해 동안 멈추지 않은 땀방울이 눅진하게 베인 작가다. 그리고 ‘우리 땅 밟기’라는 단체를 이끌어 오고 있으며 우리 주변의 모습을 섬세한 눈으로 탐구해온 다큐멘터리안이다.
그가 찍고 쓴 사진과 글 모음,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을 자주 꺼내보련다. 이토록 정갈한 사진과 깊은 사유로 담금질한 글은 드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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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 희망과 치유의 티베트.인도 순례기
정희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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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한 교통은 손쉬운 여행과 교류를 낳았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많아지고 있다. 유럽에서 한국인 여행객은 흔하게 볼 수 있고 교환학생,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영미권을 경험한 사람들도 넘친다. 식상해진 영미권과 유럽에서 눈길을 돌려 발길이 닳지 않은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현재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는 서점에 가보면 여행관련 책들로만 한 모퉁이를 꾸밀 정도로 여행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떠난 자들이 여행하며 한 사색과 느낌들, 보고 만난 이색풍경을 모은 책들은 떠나고 싶어 하는 남은 자들을 꾀며 인기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많고 많은 여행 책들 가운데 한눈에 쏙 들어온 책이 있으니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샘터, 2006]였다.  

지은이는 여행이 아닌 순례를 한다. 처음부터 순례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삶으로 자신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티베트 친구들을 만나면서 전율한 지은이는 싼 숙소나 맛 집 정보 따위를 적던 공책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수천의 생을 반복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라.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입보리 행문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짧은 삶, 지은이는 이러한 진실을 겪었기에 떠난다. 인생살이에서 가슴에 박힌 얼음가시를 갖고 있던 그가 가슴에서 우는 소리를 따라 티베트로 떠난다. 친구의 자살, 어머니의 죽음, 스승이었던 티베트 친구의 자살, 삶이 남긴 흔적들은 얼음가시가 되어 가슴에 박혀있지만 티베트 순례를 하며 지은이는 가시마저 끌어안는다.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린 친구얘기를 하는 지은이의 가슴에서 얼음가시 하나 녹는 걸 볼 수 있다.

‘그녀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그녀의 별로 돌아갔다고 믿고 싶다……중략…… 동갑의 나이에 만났으나 그녀는 어느 순간 나이 먹기를 멈췄고, 나는 그녀가 살지 않는 나이를 살아가고 있다. 이 사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나는 알아내야만 한다.’ - 본문에서

 순례 길 에 만난 티베트 친구들의 마음씀씀이와 태도에 그는 뭉클한 감동과 사랑할 힘을 얻는다. 사원법당에 엎드려서

‘제 업이 깊습니다. 부디 태워주소서. 후회를 모르는 흰 뼛가루처럼’을 되풀이 기도하던 그는 다 짜버린 치약을 짜내듯 온 몸에 남은 기운을 모아 기원한다.

‘우리들의 업이 깊습니다. 우리의 고통을 태우소서!’

 여행하면서 성장하고 치유 받은 지은이처럼 글을 읽으면 위로받고 격려 받은 느낌이다. 세상 모든 바람이 모이는 곳, 티베트로 반년 뒤 나는 떠날 예정이었다. 내 안에서 조용하던 휘파람은 책을 읽고 나니 돌개바람이 되었다. 그 바람 따라 티베트로 갈거다. 가슴에 박힌 얼음가시를 품으러, 그 곳에서 사랑을 배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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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황대권 지음 / 열림원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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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별 빛 하나 보이지 않은 밤이네요. 지금 가만히 눈을 감아보세요. 그리고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어보세요. 후~ 하~ 심호흡하면서 생각해보아요.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뭐 그리 바빴는지, 왜 신경은 곤두섰는지, 몇 번이나 웃었는지, 얼마나 따뜻한 말을 하였는지.

다시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세요. 후~ 하~ 호흡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너, 행복하니?

밤에 창밖을 바라보면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밤에 창밖을 바라보기는커녕 지쳐서 잠자기 일 수 아닌지요. 회색 빛 도시에서 자기 시간과 체력을 팔아 열심히 살아가지만 얼굴에는 왜 점점 불만이 쌓일까요?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데 무슨 뾰족한 수가 있나’하며 그저 어제 같은 오늘을 지냅니다. 창밖으로는 계절이 달라지고 풍경이 바뀌는데.

이런 쳇바퀴 같은 일상과 사회 틀에 길들여진 일꾼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존 삶을 바꾸려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물신화된 세상에서 그래도 사람을 믿고 사람다운 삶과 세상을 고민하면서 스스로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의 움직임과 분위기를 묶어서 모아보면 생태주의라고 할 수 있어요. 자연과 사람의 친밀한 관계를 도모하고 지구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쓴 글을 읽고 행동을 듣고 보면 참 많은 걸 고민하게 됩니다.

고뇌하는 지식인에서 벗어나 수행하는 지식인으로 나아간 ‘야생초편지’를 쓴 황대권씨는 유럽의 대안공동체들을 돌아보고 영국에서 생태농업을 공부하고 돌아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동체 세상을 꿈꾸며 생명평화운동에 힘쓰고 계신 분이에요.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열림원, 2006]은 현 문명을 진단하고 바꿀 생태주의 성찰들을 알토란하게 엮었네요.


생태주의 생활은 기존 자본주의 생활을 대체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어요. 차를 타고 짜증을 내기보다 주변을 둘러보며 걷고, 돈을 많이 벌기보다 적게 벌어도 자기 시간 갖기를 바라고 많이 갖기보다 나누는데 의미를 두고 혼자 잘 살기보다 공동체의 번영을 선택하는 생태주의 방식은 참살이를 실천하려고 고민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더 행복할까요? 지금까지 덜 행복했다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건 어떨까요? 아무리 사람들이 장미를 예쁘다고 해도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왜 민들레가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지 오늘은 잠깐 시간을 내서 창밖을 보며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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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성혜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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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2004, 휴머니스트]는 독특한 책이다.

박물관 전공서나 안내서라기보다는 박물관이라는 창을 통해 만난 숱한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 -머리말에서

머리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 박물관 견학이나 감상이 아닌 박물관과 교감하며 썼다. 지은이는 박물관 안팎의 많은 사연들과 사람들 이야기를 어울리게 섞으면서 글을 쓴다. 딱딱하고 따분한 곳으로 기억되는 박물관이었지만 그가 쓴 글을 읽으면 다시 박물관을 가보고 싶게 한다. 박물관을 소재로 풀어가는 한 꼭지 글에 역사이야기가 있고 지은이 이야기, 오늘날 박물관과 사람들 이야기가 버무려지면서 지루한 박물관을 재미난 곳으로 바꾼다.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만 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지나간 삶의 다양한 흔적들과 우리에 삶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삼은 지은이는 적극적으로 박물관에게 말을 건다. 그 열정에 박물관도 말을 걸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옆으로 새 내 얘기를 하면, 가까이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을 가봐야지 하면서 한번 가지 않았다. 지은이가 중남미 문화원을 방문하고 소개한 글에 자극받아 가깝지만 멀었던 곳을 찾았다. 중남미 열정이 담긴 그림들을 전시한 미술관, 토속문화와 식민지 문화가 뒤섞인 여러 가지 유물들이 가득한 박물관, 그리고 날씨만큼 좋았던 조각공원까지, 박물관은 예상보다 갈만한 곳이었다.

어쩌면 박물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친구처럼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지 않으면 좀처럼 친해지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런 친구들이 한 번 마음을 열면 깊게 정을 준다. 책을 읽으니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사이였던 박물관, 곳곳에 숨어있는 보물 같은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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