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성혜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박물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2004, 휴머니스트]는 독특한 책이다.

박물관 전공서나 안내서라기보다는 박물관이라는 창을 통해 만난 숱한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 -머리말에서

머리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 박물관 견학이나 감상이 아닌 박물관과 교감하며 썼다. 지은이는 박물관 안팎의 많은 사연들과 사람들 이야기를 어울리게 섞으면서 글을 쓴다. 딱딱하고 따분한 곳으로 기억되는 박물관이었지만 그가 쓴 글을 읽으면 다시 박물관을 가보고 싶게 한다. 박물관을 소재로 풀어가는 한 꼭지 글에 역사이야기가 있고 지은이 이야기, 오늘날 박물관과 사람들 이야기가 버무려지면서 지루한 박물관을 재미난 곳으로 바꾼다.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만 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지나간 삶의 다양한 흔적들과 우리에 삶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삼은 지은이는 적극적으로 박물관에게 말을 건다. 그 열정에 박물관도 말을 걸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옆으로 새 내 얘기를 하면, 가까이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을 가봐야지 하면서 한번 가지 않았다. 지은이가 중남미 문화원을 방문하고 소개한 글에 자극받아 가깝지만 멀었던 곳을 찾았다. 중남미 열정이 담긴 그림들을 전시한 미술관, 토속문화와 식민지 문화가 뒤섞인 여러 가지 유물들이 가득한 박물관, 그리고 날씨만큼 좋았던 조각공원까지, 박물관은 예상보다 갈만한 곳이었다.

어쩌면 박물관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친구처럼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지 않으면 좀처럼 친해지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런 친구들이 한 번 마음을 열면 깊게 정을 준다. 책을 읽으니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사이였던 박물관, 곳곳에 숨어있는 보물 같은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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