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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 희망과 치유의 티베트.인도 순례기
정희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발달한 교통은 손쉬운 여행과 교류를 낳았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많아지고 있다. 유럽에서 한국인 여행객은 흔하게 볼 수 있고 교환학생,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영미권을 경험한 사람들도 넘친다. 식상해진 영미권과 유럽에서 눈길을 돌려 발길이 닳지 않은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현재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는 서점에 가보면 여행관련 책들로만 한 모퉁이를 꾸밀 정도로 여행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떠난 자들이 여행하며 한 사색과 느낌들, 보고 만난 이색풍경을 모은 책들은 떠나고 싶어 하는 남은 자들을 꾀며 인기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많고 많은 여행 책들 가운데 한눈에 쏙 들어온 책이 있으니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샘터, 2006]였다.
지은이는 여행이 아닌 순례를 한다. 처음부터 순례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삶으로 자신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티베트 친구들을 만나면서 전율한 지은이는 싼 숙소나 맛 집 정보 따위를 적던 공책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수천의 생을 반복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라.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입보리 행문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짧은 삶, 지은이는 이러한 진실을 겪었기에 떠난다. 인생살이에서 가슴에 박힌 얼음가시를 갖고 있던 그가 가슴에서 우는 소리를 따라 티베트로 떠난다. 친구의 자살, 어머니의 죽음, 스승이었던 티베트 친구의 자살, 삶이 남긴 흔적들은 얼음가시가 되어 가슴에 박혀있지만 티베트 순례를 하며 지은이는 가시마저 끌어안는다.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린 친구얘기를 하는 지은이의 가슴에서 얼음가시 하나 녹는 걸 볼 수 있다.
‘그녀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그녀의 별로 돌아갔다고 믿고 싶다……중략…… 동갑의 나이에 만났으나 그녀는 어느 순간 나이 먹기를 멈췄고, 나는 그녀가 살지 않는 나이를 살아가고 있다. 이 사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나는 알아내야만 한다.’ - 본문에서
순례 길 에 만난 티베트 친구들의 마음씀씀이와 태도에 그는 뭉클한 감동과 사랑할 힘을 얻는다. 사원법당에 엎드려서
‘제 업이 깊습니다. 부디 태워주소서. 후회를 모르는 흰 뼛가루처럼’을 되풀이 기도하던 그는 다 짜버린 치약을 짜내듯 온 몸에 남은 기운을 모아 기원한다.
‘우리들의 업이 깊습니다. 우리의 고통을 태우소서!’
여행하면서 성장하고 치유 받은 지은이처럼 글을 읽으면 위로받고 격려 받은 느낌이다. 세상 모든 바람이 모이는 곳, 티베트로 반년 뒤 나는 떠날 예정이었다. 내 안에서 조용하던 휘파람은 책을 읽고 나니 돌개바람이 되었다. 그 바람 따라 티베트로 갈거다. 가슴에 박힌 얼음가시를 품으러, 그 곳에서 사랑을 배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