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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 ㅣ 계명교양총서 18
소포클레스 지음, 김종환 역주 / 계명대학교출판부 / 1998년 8월
평점 :
안티고네는 외디프스가 자신의 생모 요카스타와 결혼하여 낳은 딸이다. 크레온은 요카스타의 오빠, 그러니까 안티고네와 크레온은 삼촌과 조카 관계이면서, 고종 사촌 사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다 크레온은 이 외디프스의 불쌍한 피붙이들을 저주하게 되었을까. 정작 크레온의 아들 헤몬과 안티고네는 서로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그러니까 사촌끼리 결혼을 하는 것이다.
어쨋든 복잡한 집안이다. 외디프스가 이런 비극적 집안 꼴을 만들어낸 근원은 외디프스의 아버지 라이우스왕의 동성 연애 때문이었다. 그녀가 쌍둥이 형제 제토스와 앰피온에 의해 왕위를 빼앗겨 피사로 피신해 있던 때, 그곳 펠롭스 왕의 아들 크리시프스의 미모에 반해 동성연애를 강요하다 실수로 그를 죽여버리고 만다. 그는 죽으면서 라이우스 왕에게 저주를 내렸는바, 그것이 외디프스의 비극으로 실현된 것이다. 동성연애의 댓가가 근친 상간으로 치루어진다. 하나의 극단이 다른 극단으로 메꾸어진다. 프로이드가 이를 알았다면 뭐라고 이야기했을까.
위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다가 프로이드의 글을 읽었다. 그리, 동성연애와 근친 상간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그의 대목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原父를 살해한 형제들이, 그 살해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을 통해 만들어내는 형제사회의 기본적인 금기 두 가지에 숨겨져 있었다. 그 하나는 다시는 '아버지를 살해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토템도살금지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근친 내의 여성과의 성적교섭에 대한 금지이다. 이는 최초의 원부 살해야말로 종족의 여자들을 소유하려는 충동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형제집단이 이러한 근친 상간 금지의 타부를 시행한 근저에는 형제집단 사이간의 동성애적 감정과 행위가 전제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즉, 그들이 종족 내 여성들의 독점을 위해 서로 투쟁하지 않고, 신격화된 원부의 권위에 힘입어 계속 지배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유지해야 했던 그들 사이의 동성애적 감정이, 근친상간 금기의 조항을 만들어냈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하는 동성애적 감정은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해 규제되어지는 이성애, 프로이드 식으로 말하면, '억압된 이성애'의 형태일것인데, 여기에서 중시되는 것은 리비도를 규제, 콘트롤하는 자아의 기능이다.
외디프스가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규제하지 않은 채 그대로, 충족시키려한 과도함을 범하였다면, 라이우스 왕은 크리시프스에 대한 동성애적 욕망의 과도함을 범했다. 그들 모두에게 결핍되있는 '자아'는, 곧, 그들의 '사회성의 결핍'을 의미하며, 그들이 모두 리비도의존적인 인물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결과는 아는 바와 같이 참담하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지식에 대한 편집증적 집착의 정신분석학적 원인은,'억압된 충동'에 있다고 한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유아의 '최초의 지적 독립의 요구'가 억압됨으로써, 대상에 대해 충동적(감정적) 반응없는 지적 관심만을 가지려는 '탐구적 태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탐구의 대상으로서의 세계는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세계와는 다르다. 그것은 잠자코 바라보고만 있는 세계일 뿐,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든다거나,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에 대한 지적태도의 무기력은 기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세계에 대해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세계를 들여다보고만 있는 나르시시즘적 자기의식 뿐이다.
외계와의 어떤 관계도 갖지 않으려는, 그래서, 나의 모든 관심을 외계로부터 거두어 들인 상태인 '꿈'또한 그러한 나르시시즘에로의 귀환이라는 의미에서, 이해된다. 이것은, '세계에 대한 탐구'로 대별되는, 나르시시즘과는 다르게, '자기자신에 대한 탐구'를 지향한다. 나르시시즘적 태도에 공통되는 것은 더이상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욕망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꿈 속에서, 꿈을 통해 내 욕망을 엿볼 수 있음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욕망 그 자체를 좇는 것.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결핍으로서의 욕망을 따르는 끝없는 우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