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최인호 지음, 김점선 그림 / 열림원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이라는 꽃밭을 둘러보다
- 최인호, 『꽃밭』을 읽고

 곳곳에서 꽃 잔치가 열리는 봄이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해진다. 화사하고 싱그럽고 그래서 더 생명력 넘치는 봄. 우리네 인생을 봄날의 꽃밭에 비유해보면 어떨까. 벌레가 꼬일 때가 있을 것이다. 모진 바람과 비에 애써 피워 올린 꽃망울을 맥없이 떨구기도 할 것이다. 때로는 나비가 찾아들 것이다. 벌들도 분주하게 오고 가겠지. 생명과 생명이 오가는 꽃밭. 최인호 작가는 인생을 『꽃밭』이라 부른다.

 최인호 작가의 글에 故김점선 화가의 그림을 담아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꽃밭’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의 육십 인생과 병마와 싸우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화가의 열의가 더해져 울긋불긋 꽃 대궐을 이루고 있다. 먼발치에서 찬찬히 둘러보았다. 허리를 숙여 한 잎 한 잎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알아가게 되는 것들이 있다. 작가와 화가가 피워낸 인생이라는 꽃밭의 의미가 차곡차곡 마음 안으로 들어온다.

 살아가는 동안 가장 오랜 시간 곁을 지켜주는 벗이 있다면 그것은 아내요 남편일 것이다. 작가는 이 오랜 벗에 대한 고마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아내를 존경하고 칭송하고 귀이 여기는 마음이 특별한 향을 지닌 꽃이 되어 책장 가득 피어오르고 있다. 아내의 따끔한 일침과 따듯한 보살핌은 정원을 가꾸는 사람의 손길과 닮아 있다. 작가의 삶에 웃자라나는 불필요한 가지가 없도록 때마다 신경을 써서 정리를 해준다. 작가는 또 어떤가. 그 보살핌을 고맙게 여기며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을 한다. 안과 밖의 멋들어진 조화가 사뭇 부러워진다.

 어제까지 했던 일과 먹었던 음식과 사람과의 사귐이 처음 해보는 일인 것처럼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육십 인생을 사는 동안 문득 금생의 하루하루가 낯설게 다가온다고 고백한 작가처럼. 그럴 때는 겁먹은 채 안으로 꼭꼭 숨어들기보다는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볼 일이다. ‘처음’은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새롭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만드니까.

 소소한 개인사와 시대의 소란스러움과 다단한 생각들이 오순도순 어우러져 피어있는 이 한 권의 꽃밭은 인생이란 무엇인지 찬찬히 반추해보게 만든다. 더불어 ‘아프기 전의 내 그림과 후의 그림이 동떨어지지 않았’(p.350)음을 확인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 화가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탱해줄 정체성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꽃피는 봄 날,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꽃도 보고 마음안의 꽃밭도 둘러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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