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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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섬뜩한 이 소설은 처음부터 불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체를 숨기고 산 주인공이 자신의 장례식에 초대받은 것부터 시작해서, 장례식장에서 만난 무례한 사람들의 행렬은 찝찝함으로 이어졌다. 낯선 이에게 건넨 알 수 없는 친절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어떤 식으로 드러나게 될까. 심리 스릴러에 대한 장르적 기대감은 결말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였다.


'앨리스 앤더슨'의 장례식장에 초대된 '도나 슬레이스'는 채무 관계로 인해 자신을 숨기고 몇 년 동안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장례식이 벌어진 대저택에서 죽은 이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그녀를 대신하기로 결정한다. 사실 도나의 결정이 쉽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도나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히스테릭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감과 의심이 활자를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하여 살아온 이유를 찾고자 시작된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앨리스의 상사였던 맥스, 그의 아내 타라, 그리고 부부의 딸 한나와 함께 하는 시간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등장인물들과 주고받는 대사와 액션이 이어질수록 도나의 선택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처음에 기대했던 심리 스릴러의 압박감이 결말로 이어질수록 흐려지는 부분이 꽤 안타깝기만 하다. 인물들의 감정 기복이 지나치게 앞서면서 사건이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보다 소란스러운 분위기만 더 강하게 남는다.


맥스와 타라, 한나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감정의 기복이 워낙에 스펙터클해서인지 사건의 진실보다는 주인공이 빨리 그 집에서 나왔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완벽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각자의 추악한 내면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진실과 인간의 민낯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한다. 다만 그 과장된 감정선이 서사에 대한 기대감을 쌓기보다는 오히려 분산시키면서 기대했던 심리 스릴러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은 끝내 선명하게 살아나지 못했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나는나의장례시작에초대받았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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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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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사의 그저 엄마가 건넨 그림엽서의 그림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바다의 초상>이라 불리는 이 그림은 부모를 잃고 위탁 시설을 전전하던 루이사에게 단 하나의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녀는 값비싼 그림의 원본을 손에 넣게 되고 그림에 그려진 아이들에 얽힌 사연을 찾아 떠나게 된다.


'우정'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떠올릴 수 있었다. 각자 사는 게 바빠서,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묘하게 불편해진 관계 때문에 멀어진 이들이 문득 생각났다. 과거의 상처로 멈춰버린 어른과 미래를 잃어버린 소녀의 삶에서 자꾸만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래서인지 25년 전 아이들의 우정이 현재의 루이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과정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폭력과 방임에 노출된 아이들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지만 서로를 전부라 여기며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모습에서는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감동이 이어지는 문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함을 마주할 수 있다. 


루이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다른 이를 만나 이어질수록 여운이 길어진다. 한없이 약한 존재로만 보였던 아이들이 서로의 곁을 내주며 단단해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루이사가 과거의 인물들과 연결되는 과정은, 한 사람의 삶이 결코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다정함이 겹쳐져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루이사가 현재에 마주한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다. 진정한 어른이란 다음 세대가 똑같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방패가 되어 주어야 한다. 소설은 '테드'라는 인물이 과거의 피해 의식과 공포에서 벗어나 루이사의 보호자가 되려 하는 과정을 통해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배크만의 소설에는 감동과 유머가 자연스레 녹아든다. 평범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얼룩처럼 남아 삶을 힘들고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얼룩조차도 한 사람을 이루는 일부라고 말한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까지 안고서야 다음 장면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각자의 삶은 조금씩 다른 빛을 띠게 되는 것이다.


#도서제공 #나의친구들 #프레드릭배크만 #다산책방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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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대가 - 안전이 빼앗아 간 당신의 진짜 가능성에 대하여
체이스 자비스 지음, 최지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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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인생의 갈림길에서 대부분 안전한 길을 벗어났다. 이 길로 가면 편안하고 걱정이 덜 할 거란 걸 알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움직였다. 그 길이 위험하고 힘겨울 거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물론 실패한 순간에는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다. 내가 했던 위험한 선택은 지금의 내가 될 수 있는 서사가 되어 주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로 선정된 저자는 자신의 진짜 가능성을 찾아 삶을 살아가는 기준을 제시한다. 안전한 길보다는 '나'를 믿고 지내온 날들을 이야기한다. 남들 눈에는 '튀는'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에서 벗어나 두려움 너머로 나아가는 법을 보여준다. 안전함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그의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지금껏 경험한 수많은 일들이 저자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내가 지나온 길들의 특별함이 떠올랐다.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그 차이를 결국 스스로를 얼마나 믿고 있는가에서 찾았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안전한 경로를 따르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내 안의 가능성을 믿고 내 선택의 책임까지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실패를 알면서도 10%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했던 순간들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과 깨달음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만들어준 커다란 자산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저자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려는 이들에게 섣불리 겁내지 말라고 말한다. 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 번 더 자기 쪽으로 기울어 보는 과정에서 비로소 나답게 살아가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느 곳이든 100% 안전지대는 없다고 말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지만 불확실성은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저자는 자신만의 삶을 창의적인 시선으로 헤쳐 나가고 있는지,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지 질문한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창의성을 믿고 기꺼이 도전하라고 격려한다. 결국 삶을 바꾸는 것은 완벽한 확신이 아니라 불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한 걸음 내딛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무작정 대담해지라고 등을 떠미는 자기계발서라기보다 내가 놓치고 있던 내 안의 가능성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지금 당장 어떤 선택을 바꾸지 않더라도 적어도 내가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왜 망설이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안전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 두었던 마음을 다시 꺼내 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안전의대가 #체이스자비스 #오픈도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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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지 않는 몸 - 평생 가볍게 살아가는 4주 대사 회복 프로젝트
우창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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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직전까지 위고비와 마운자로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인생 최고의 몸무게 숫자와 정기검진 결과까지 더해져 내 몸에 대한 빨간 경고등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다이어트를 했고 양약과 한약에 넘나들며 다이어트 성공과 요요를 반복해왔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방 다이어트 환을 복용하며 10킬로 그램 감량까지 완수했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다이어트에 들인 돈을 모아 코스피 5천 시대에 주식을 샀다면 삶이 편해졌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제 내게 필요한 건 '살찌지 않는 몸'이다. 늘어진 뱃살을 덜어내고 오래도록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내분비내과 전문의 우창윤 교수가 쓴 이 책은 비만을 대사 질환으로 보고, 4주 대사 회복 프로젝트를 통해 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방을 잘 쓰는 몸으로 바꾸고 혈당과 인슐린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식사, 활동, 마음 관리를 통해 각자가 필요한 점을 확인하고 몸을 회복할 수 있는 루트를 설정하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살찌는 진짜 원인을 파악하고 2부에서는 신진대사를 재설계하여 살찌지 않는 몸으로 회복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3부에 소개된 다이어트 4주 실천 전략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서 생체리듬을 회복하고 무너진 대사를 바로잡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의 5장에는 간략하게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는 큐알 코드가 있다. 이를 윔(WIM, Wellness In Me) 상태 검사라고 하는데, 내 상태는 '수면저하형'이었다. 식사의 질과 양에도 경미한 문제가 있지만 수면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해 보였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방법들을 내 상황에 맞게 적용해가면서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흐트러진 대사 시스템을 바로잡으면 체중 감량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더 이상 돈을 들여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던 것을 담고 있는 책 덕분에 건강하게 살을 빼려는 시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초판에는 체지방을 확실하게 잡는 4주 식단 표와 윔센터와 윔스토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쿠폰과 할인권도 동봉되어 있어 필요에 따라 참고할 만하다. 결국 내게 필요한 건 빠르게 빠지는 몸이 아니라 다시 무너지지 않을 몸이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살찌지않는몸 #우창윤 #웅진지식하우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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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
이멍 지음 / 허블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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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들어서면서 나이와 건강에 집착하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나이에 젊어 보인다고 하면 진심으로 위로가 된다. 그런데 어떤 순간에는 그 말이 전혀 위로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직 버틸 만하니 더 버텨도 된다는, 아직 망가지지 않았으니 조금 더 나를 갈아넣으라는 말처럼 들릴 때가 있다. 젊음과 건강이 축복이 아니라 도구로서의 삶의 연장이 되는 그 섬뜩한 찰나가 이 소설에서 드러난다.


소설에 담긴 기이한 설정은 잠시나마 몽환적인 환상을 보게 하면서도 독자를 현실로 되돌려보낸다. 작가는 온라인 쇼핑몰에 매여 부모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한 20대 청년의 위태로운 심리, 기생충을 탈모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남편과 그를 응원하는 아내의 헌신, 외계인들의 파격적인 임상시험, 난민 곤충 외계인 자매가 생존을 위해 감정을 거세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충실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으로 빚은 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소재가 괴이하고 그로테스크하다. 각각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만들어낸 장면들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수영장에 떠다니는 까만 기생충이 등장했을 땐 피부가 가렵기 시작했고, 건강한 인공 혈관과 기름진 몸속 혈관을 바꾸자는 제안을 들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럼에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 건 그들을 둘러싼 현실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공생과 기생, 돌봄과 착취, 사랑과 이용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인물들의 결말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건 여전히 어렵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책임감에 스스로 버거울 때가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내가 희생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이번 생의 내 역할이라 여기며 당연하게 여긴다. 가끔씩 너 자신을 위해 살라는 말을 듣는다. 이 기묘한 소설을 읽으며 돌봄의 형식과 사랑의 대가에 대해 고민해 본다. 나는 아직 젊고 건강하다. 이 말에는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한 잔혹함이 담겨 있다.


#당아젊건 #이멍 #허블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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