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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평점 :

루이사의 그저 엄마가 건넨 그림엽서의 그림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바다의 초상>이라 불리는 이 그림은 부모를 잃고 위탁 시설을 전전하던 루이사에게 단 하나의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녀는 값비싼 그림의 원본을 손에 넣게 되고 그림에 그려진 아이들에 얽힌 사연을 찾아 떠나게 된다.
'우정'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떠올릴 수 있었다. 각자 사는 게 바빠서,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묘하게 불편해진 관계 때문에 멀어진 이들이 문득 생각났다. 과거의 상처로 멈춰버린 어른과 미래를 잃어버린 소녀의 삶에서 자꾸만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래서인지 25년 전 아이들의 우정이 현재의 루이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과정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폭력과 방임에 노출된 아이들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지만 서로를 전부라 여기며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모습에서는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감동이 이어지는 문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함을 마주할 수 있다.
루이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다른 이를 만나 이어질수록 여운이 길어진다. 한없이 약한 존재로만 보였던 아이들이 서로의 곁을 내주며 단단해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루이사가 과거의 인물들과 연결되는 과정은, 한 사람의 삶이 결코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다정함이 겹쳐져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루이사가 현재에 마주한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다. 진정한 어른이란 다음 세대가 똑같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방패가 되어 주어야 한다. 소설은 '테드'라는 인물이 과거의 피해 의식과 공포에서 벗어나 루이사의 보호자가 되려 하는 과정을 통해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배크만의 소설에는 감동과 유머가 자연스레 녹아든다. 평범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얼룩처럼 남아 삶을 힘들고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얼룩조차도 한 사람을 이루는 일부라고 말한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까지 안고서야 다음 장면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각자의 삶은 조금씩 다른 빛을 띠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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