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
이멍 지음 / 허블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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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들어서면서 나이와 건강에 집착하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나이에 젊어 보인다고 하면 진심으로 위로가 된다. 그런데 어떤 순간에는 그 말이 전혀 위로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직 버틸 만하니 더 버텨도 된다는, 아직 망가지지 않았으니 조금 더 나를 갈아넣으라는 말처럼 들릴 때가 있다. 젊음과 건강이 축복이 아니라 도구로서의 삶의 연장이 되는 그 섬뜩한 찰나가 이 소설에서 드러난다.


소설에 담긴 기이한 설정은 잠시나마 몽환적인 환상을 보게 하면서도 독자를 현실로 되돌려보낸다. 작가는 온라인 쇼핑몰에 매여 부모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한 20대 청년의 위태로운 심리, 기생충을 탈모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남편과 그를 응원하는 아내의 헌신, 외계인들의 파격적인 임상시험, 난민 곤충 외계인 자매가 생존을 위해 감정을 거세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충실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으로 빚은 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소재가 괴이하고 그로테스크하다. 각각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만들어낸 장면들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수영장에 떠다니는 까만 기생충이 등장했을 땐 피부가 가렵기 시작했고, 건강한 인공 혈관과 기름진 몸속 혈관을 바꾸자는 제안을 들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럼에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 건 그들을 둘러싼 현실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공생과 기생, 돌봄과 착취, 사랑과 이용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인물들의 결말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건 여전히 어렵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책임감에 스스로 버거울 때가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내가 희생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이번 생의 내 역할이라 여기며 당연하게 여긴다. 가끔씩 너 자신을 위해 살라는 말을 듣는다. 이 기묘한 소설을 읽으며 돌봄의 형식과 사랑의 대가에 대해 고민해 본다. 나는 아직 젊고 건강하다. 이 말에는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한 잔혹함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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