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었어도 외로움에 익숙해지진 않아 - 휘둘리지도 상처받지도 않으며 깊고 단단한 관계를 만드는 법
마리사 프랑코 지음, 이종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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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귄다는 건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다
p.6


삶의 위기가 찾아오거나 흔들리는 순간, 가족에게도 차마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마음껏 털어놓은 적이 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가장 가까이 있다 여겼기 때문인지 내 속에 숨겨 두었던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런 친구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러한 우정을 강조한다. 사실 어른이 되어 친구를 사귄다는 건 어린 시절의 경험과는 다르다. 훨씬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지금까지의 관계 맺기를 돌아보고 어른의 우정 쌓기를 통해 삶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보았다. 이 책에서는 힘겨운 삶을 지탱해 주는 건 로맨스가 아니라 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각자의 인생에 든든한 벗을 찾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또한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부터 깊은 우정을 주고받는 법까지 친구 사귐의 기술을 이야기한다. 


우정은 가장 진실하고 친절하며 풍요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수단이다. 우정은 타인과 연결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 주는, 관계에 관한 현장 수업이다. 우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또 다른 우정을 맞을 준비를 갖추게 해준다.
p. 60


지금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회사 생활을 하며 만났거나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만나게 된 친구들이라 그런지 유독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로의 상황을 알고 있고 같은 취향으로 인해 비슷한 점이 많이 있기 때문인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어제 만난 친구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온전히 내 편이 되어 줄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삶을 확장하고 영혼의 성장을 위해 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의 3장에서는 휘둘리지도 상처받지도 않으면서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도와주는 6가지 우정 공식을 소개한다. 내가 가장 주의 깊게 읽은 부분도 '주도성을 발휘하여 낯선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법'이다. 


여기 간단하지만 때로는 놀라운 진리가 있다. 어른이 돼 친구를 사귀려면 주도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마음을 열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몇 번이고 거듭해서 다가가는 과정이다.
p. 107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구체적이면서도 실천 가능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고 회사에서 동료에게 커피 한잔하자고 제안하고 관심 있는 강습에 등록하는 등 끊임없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킨다. 이러한 작은 행동은 주도적으로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의 시작이 된다. 이 밖에도 관계를 단단하게 다지고 진짜 친구를 가리는 방법을 배우고 갈등을 해결하고 깊은 우정을 주고받는 방법까지 터득할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속마음을 털어좋을 수 있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 자신한다. 나 역시 내 친구들에게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그저 옆에 있기만 해도 힘이 되어 주는 그런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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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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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렇게 아는 게 많아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나무에게 물었다.
나무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이테가 있거든.”
“나이테?”
“그래. 우리 나무는 내내 같은 곳에서 살아. 언제나 보고 있어.
그걸 잊지 않고 기억해 두는 게 우리 역할이란다”.
“굉장한데요. 난 금세 잊어 버리는데.”
“하지만 그 대신 너희한테는 날개가 있지.
생명체는 모두 주어진 역할이 있어.
그걸 완수하는 게 인생인 거다.” 
P. 82



힐링 소설의 대가 오가와 이토가 마음 따뜻한 어른 동화를 선보였다. 할머니와 소녀의 돌봄 속에서 태어난 작은 왕관앵무새가 주인공이며 '새에게는 날개가, 나무에게는 나이테가 있듯이 생명체에게는 주어진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주제 아래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다정한 날개가 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얇고 작은 힐링 소설은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감동을 안겨 준다. 주인공인 왕관앵무새 '리본'은 처음으로 말이 통하는 회색앵무 '야에' 씨를 만나 새의 삶을 배우게 된다.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새라는 사실을 처음 자각하면서 세상을 마주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우리 각자가 세상을 대하는 모습과도 닮았다.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리본'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배우게 된다.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새의 사명이다. 저자는 왕관앵무새에 빗대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삶이 괴롭고 고단할지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해가 바뀌어도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오늘을 숨 가쁘게 보낸다. 그런 이들에게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위로와 함께 잠시나마 따스한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이 책을 주고 싶다. 


“다정한 날개의 주인이 되렴.”
그게 야에 씨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다정한 날개요?”
나는 되물었다.
“그래, 다정한 날개.
새는 평화를 가져오는 사자니까.”
“사자가 뭐예요?”
“심부름꾼이란 뜻이야.
네 날개를 행복을 위해 쓰는 거야.
그게 새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이란다.”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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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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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 작가라는 찬사를 받는 배리 로페즈의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이다. 자연의 경이로운 풍광을 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읽다 보면 고통스러운 그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너무나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으며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배리 로페즈이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그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리베카 솔닛의 서문으로 시작한 이 책은 세상을 관찰하는 작가의 지혜를 담고 있다. 그의 글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을수록 더 좋은 것 같다. 수많은 자연을 오고 가며 글을 매개체로 사용하여 인간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는 실천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특히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고백한 부분은 큰 충격이었다. 그는 '성적 학대를 겪은 사람과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연대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끄집어 냈다고 말하며 그가 유일하게 기대 쉴 수 있었던 자연의 역할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자연의 품이 얼마나 소중하고 따스했을지 상상해 본다.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자연에 대한 사랑을 보고한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본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이 커가는 지금, 자연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본다. 작가가 남긴 서정적인 메시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 자연과 타인을 향상 친밀감 속에서 본질적인 행복을 느끼고 떠올릴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이 무덤덤하고 한갓진 장소에 있는 것이 행복하다. 이 장소와 대화하면서 나는 다시금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간다. 이 장소가 가진 본성은 내가 온전히 알아내기에 너무나 복잡해서, 나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미스터리에 허우적댄다. 이 장소와의 친밀감, 통합과 수용이 주는 위로를 원한다면, 내가 가야 할 길은 오직 참여-참여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배우는 것-뿐이다.
P. 137 


권력을 쥐는 것보다 사랑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멸종과 인종 청소와 해수면 상승의 시대에 순응하기보다 윌슨의 생명 사랑을 일상의 대화로 가져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절망 속에서 죽기보다 앞에 놓인 가능성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P.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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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1 유정천 가족 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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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명문이었던 시모가모가에는 너구리 사형제가 있다. 고지식하고 의지가 굳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약해지는 첫째, 은둔형 외톨이로 우물 안 개구리로 둔갑해 다시 너구리로 돌아오는 방법을 잊어버린 둘째, 재미만을 쫓는 셋째, 그리고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둔갑 능력이 한심한 막내. 이 소설은 역경을 헤쳐가는 너구리 사형제의 이야기이다.



덴구는 인간을 잡아가고 인간은 너구리를 전골로 만들어 먹고 너구리는 덴구를 함정에 빠뜨리는 개미지옥 같은 기묘한 소설 속 세계관부터 참신하다. 아버지가 '금요클럽' 모임의 송년회 냄비에서 죽고난 후 숙적 너구리 가문이 끊임없이 시모가모가를 못살게 군다. 결국 바보 같은 사형제는 힘을 합쳐 이들을 물리치고 가족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부터 심상치 않다. 일단 주인공은 너구리 사형제의 삼남 '야사부로'다. 야사부로의 시점에서 자신을 포함한 형제들은 바보 같다. 꽃미남으로 둔갑하는 엄마 또한 그다지 평범하지 않다. 개성 강한 주인공들만큼이나 소설 또한 유쾌하다. 여기에 나이가 든 탓에 신통치 않은 덴구와 덴구보다 더 덴구 같은 악녀 '벤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사촌 형제 금각과 은각까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들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이에 더해 인간들 모임인 '금요클럽'에서 너구리 전골이 되어 죽게 된 아버지와 아버지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된 너구리 형제의 가족사는 슬프과 웃음을 동시에 전해주며 판타지 세계로 잡아당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신기한 캐릭터는 둘째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우물 안 개구리로 둔갑하여 은둔해 있다가 결국 다시 돌아오는 법을 잊어버린 너구리의 삶이라니. 한 편의 대환장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너구리 가족,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모리미 도미히코는 너구리 주연, 인간 조연의 이 소설을 통해 '쿄토 원더랜드'에 살고 있는 너구리 가족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보며주며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과 형제들 간의 우정과 애정을 이야기한다. 또 어떤 사건이 이들 앞에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



이 세상과 작별하는 데 있어 우리 아버지는 위대한 그 피를 정확하게 넷으로 나누었다. 큰형은 책임감만 이어받았고, 작은형은 느긋한 성격만 물려받았으며, 동생은 순진함만 물려받았다. 그리고 나는 바보스러움만. 완전히 제각각인 형제를 이어주는 것은 바다보다 깊은 어머니의 사랑과 위대한 아버지와의 작별이다. 위대한 이별 하나가 남은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일도 있다.
P.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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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경제학
토스.박민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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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트렌드를 통해 소비와 취향, 경제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성수동은 언제부터 핫플이었는지, 내추럴 와인이 힙한 문화가 된 이유는 무엇인지, 오마카세의 테이블 구조가 경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 미식으로 시작하여 지식으로 끝나는 색다른 경제학을 만날 수 있다.



​복잡한 시장경제에 쉽게 접근하고 싶어 선택한 책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미식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MZ 세대에게 인기가 있다는 내추럴 와인은 낯설고 요즘 가장 힙하다는 성수동은 몇 년째 가지 못했고 오마카세는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레드와인 아니면 화이트 와인만 알고 있었기에 첨가물을 최대한 넣지 않은 내추럴 와인의 개념은 또 다른 세상을 알려주었다. 또한 자연스럽게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에 대한 정보로 넘어가는 전개도 칭찬할만하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치즈 시장을 분석하고 자연 치즈가 거의 생산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며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치즈 전문 공방을 소개한다. 



​이 밖에도 스타벅스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통해 커피 비즈니스의 변화를 알 수 있고 공간을 잘 활용한 성수동 사례를 통해 공간 비즈니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넓힐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식량 위기와 인플레이션을 미식과 경제학 관점에서 바라보며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나에게 미식이란 어떤 의미일까. 보통 의뢰받은 일을 끝내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는다. 음식 배달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외식 지출에 대한 부담감이 적고 비용 대비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식 트렌드를 파악하여 시장 경제에 접근하는 시도는 신선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지루하게 나열된 책이 아니라 요즘의 식문화 취향과 트렌드를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책이다.



제 기준에서 비건은 선택지를 줄이는 게 아니라, 넓히는 거예요. 영국의 젊은 셰프 루비 탄도는 말합니다. 음식을 먹는 단 하나의 옳은 방법은 없다고, 누군가에게 정크푸드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소울 푸드가 될 수 있다고요. 그 말을 뒤집어보면, 요리를 하는 단 하나의 옳은 방법도 없는 거예요. 육식도, 채식도, 잡식도 모두 마찬가지겠죠. <미식경제학>을 진행하면서 꼭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어요. ‘선택과 다양성’이요. 이것은 미식, 경제, 그리고 우리 삶 모두에 중요한 가치일 겁니다. 
P.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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