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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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막막한 순간에 음악은 큰 위로가 된다. 시인은 살아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음악을 선택했다. 어떤 음악이 좋았는지 보다 그 음악을 통해 어떤 밤을 통과했는지를 말한다. 저자가 견뎌온 시간의 무게만큼 음악을 대하는 깊이도 함께 깊어진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본 기분이다.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기록을 읽으며 살아간다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지금도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적어나가고 있다. 키보드 소리와 숨소리만 들리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음악으로 인해 그 안에 따스함이 스며든다. 


시인은 양희은의 노래를 들으며 산다는 일의 의미를 곱씹고, 이승윤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내게도 삶의 동기가 되어 주는 노래가 있었고 나의 청춘은 온통 그 음악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시절의 희로애락이 플레이리스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밤 그가 알게 된 음악의 힘이 뭔지 알 것만 같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자신의 아픔을 달래주고 보듬어 주는 음악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책 속에 담긴 QR 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한 장씩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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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박래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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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다. 1948년 12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을 발표하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인권의 날을 지정하였다. 올해로 77주년을 맞는 이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 운동가 박래군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권운동가로 살아온 저자의 고통과 상처, 슬픔과 환희가 교차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저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수많은 인권 현장을 지키며 헌신했던 저자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책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며 수없이 눈물을 흘렸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다.


문학청년이었던 저자는 정권의 탄압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분신에 이른 동생의 죽음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20대 청년들의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약한 존재들의 곁을 지키온 저자의 삶은 영화가 아닌 현실이었다. 


인권 문제와 관련한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그가 등장한다.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 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운영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권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그동안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역사의 현장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었다.


혐오와 증오가 만연하고 여전히 힘없는 자들이 탄압받고 있는 현실에서 저자의 태도와 노력은 큰 울림을 준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사람을 위해 제 몫의 싸움을 이어가고, 참사라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 유가족을 보듬고 안아주며,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대변하려 앞장서는 그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의 뜨거운 마음이 얼어붙은 현실을 녹여주길 바라본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모든눈물에는온기가있다 #박래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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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기분 - 한문학자가 빚어낸 한 글자 마음사전
최다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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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한자 과목이 있었다. 당시에는 좋으나 싫으나 외워야 했기에 부담이 되는 과목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그때 외웠던 한자가 삶에 도움이 되는 순간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한자에 기대어 마음을 말해보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쳤다.


오래된 문자를 단서로 삼아 옛날을 탐구하는 저자는 한자의 표정을 빌려 기분을 이야기한다. 매일 채집한 글자들을 열두 가지 테마로 분류해 마음을 풀어낸다. 이 책에 소개된 한자를 하나씩 짚어보며 내 마음의 기분도 들여다본다. 


수많은 글자 중에 유독 한 글자가 눈에 띈다. "稀[희] 성기다" 드물 희로 알고 있던 이 한자에 성기다라는 의미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시인의 모습으로 그려진 한자의 기분을 조심스레 마음에 새긴다. 


한자를 뜻을 전달하는 도구로만 보지 않고 형태를 지닌 감정 그릇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좋다. 한자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각을 공유할 수 있어 더 많은 글자를 알고 싶어졌다. 각자의 기분을 맡길 한자를 고르고 자신의 기분을 말해보는 일은 나를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하루에 한 글자씩 알아가 보자. 자신도 몰랐던 마음이 명료해질 것이다. 한글이라는 고유의 언어 체계 안에서 한자를 함께 배워가는 길은 내 언어를 풍부하게 만들고 내 기분을 더 뚜렷하게 보여줄 것이다. 일상의 감정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던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자의기분 #최다정 #한겨레출판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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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 - 잘못된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는가
마티 마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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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으로 임명된 저자는 의료의 신뢰와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은 저자의 의도가 잘 담긴 책이다.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그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다. 의학이 틀리는 순간이 아니라 틀린 믿음이 각자의 표준이 되는 과정을 파헤친다.


이 책은 평소 접하게 되는 수많은 건강 조언을 돌아보고 전문가가 100%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특히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호르몬 대체요법과 난소암에 대한 잘못된 오류는 뒤통수를 서늘하게 만든다. '열린 마음'으로 과학을 대하라는 저자의 주장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건강과 관련한 온갖 정보들이 만연한 사회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를 종종 마주한다. 자신의 지식을 정답이라고 오판하지 말자. 의학을 하나의 완성된 답이 아니라 계속 갱신되고 있는 과정으로 인식하자. 정보 과잉의 시대에 불확실한 건강 상식을 바로잡고 데이터와 근거를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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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 - 분열의 시대에 도착한 새 교황, 레오 14세
크리스토퍼 화이트 지음, 방종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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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가장 비밀스러운 선거가 있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문은 굳게 닫히고, 결과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를 때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 바티칸 특파원인 저자는 이 폐쇄적인 선거 과정을 비교적 차분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책을 읽는 동안 2025년, 바티칸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던 날의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저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의 재임 기간과 그가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 왔는지를 돌아본다. 개혁과 포용의 상징으로 언급되던 프란치스코의 죽음 이후, 교회는 그 노선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전통으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당면하게 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교황 선출을 종교적 신비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콘클라베는 엄격한 의식인 동시에 현실적인 선택의 과정이다. 저자는 바티칸 내부의 분위기와 교회가 처한 외부 환경과 함께  교황 선출이 어떤 시대적 요구 속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교회 역시 분열과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세상은 점점 더 갈라지고 있다. 정치적 극단화, 사회적 갈등, 서로에 대한 불신은 종교의 영역 밖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교회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레오 14세는 교황 즉위 미사에서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한 사랑은 감정적이거나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간의 감정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정치적·사회적 혼란으로 얼룩진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종종 상징적인 인물을 기다린다. 이 책을 읽으며 레오 14세에게 쏠린 기대감을 느끼게 된다. 그의 선택과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책 역시 그 이후를 예측하지 않는다. 다만 분열의 시대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하게 된 이유를 조용히 보여준다. 그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지금이야말로사랑할시간 #한겨레출판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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