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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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같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사건은 사람들의 일상을 빼앗았다. 

그들의 빼앗긴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이 소설은 기존의 미스터리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평화로운 일상에 갑자기 끼어든 범죄 이후의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칼부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사건은 3분 남짓만에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공간에 있던 이들은 여전히 불안 속에 갇혀 있다.

작가 인터뷰에 따르면 집 근처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통해 현실적인 불안과 공포를 체감했고

사건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일어난 무차별 칼부림 사건을 중심으로 현장에 있던 승객들의 삶을 보여준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은 얼마 전 지하철 5호선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이 겹쳐졌다.

뉴스를 통해 본 그날의 끔찍한 상황은 수많은 승객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평범한 나날을 이어가려 애쓴다.

똑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고 학교를 가고 삶의 현장으로 나간다.

작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 들을 통해 사건 이후 겪는 후유중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뭉클한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현장에 있는 이들의 삶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건은 정말 끝난 것일까. 사건의 끝은 어디일까. 

범인이 잡히게 되면 얼마 후 뉴스 보도는 끝이 난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사건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 소설을 통해 죄를 벌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것만이 전부라 여겼던 추리 미스터리 소설에 가지고 있던 편견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었다. 


#사건은끝났다 #후루타덴 #블루홀식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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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면허 - 이동하는 인류의 자유와 통제의 역사
패트릭 빅스비 지음, 박중서 옮김 / 작가정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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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여권을 만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처음 비행기를 타게 된다는 설렘과 더불어 타국에서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면허라는 생각에 작은 수첩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이러한 여권은 언제 시작되었으며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까. 이 책은 여권에 대한 여권에 대한 궁금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여행 면허」는 국경 통과 시 가장 사회적인 서류로 자리 잡은 '여권'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 중에서 여권이라는 대상에 초점을 맞춰 인류의 자유와 통제를 그려낸다.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경을 넘나들 때 반드시 필요한 여행 서류의 진화 과정을 통해 여권이 가진 강력한 힘과 불평등성을 설명하고 여권이야말로 여행자들에게 여행의 자유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점토판에서 시작된 여권은 현재 전자여권 형태로 발전했다. 저자는 이 여권에 담긴 자유와 열망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한 분야의 사례들과 연결시켜 개인의 자유와 정부 감시를 위한 도구로서 여권의 역할을 보여준다. 지금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여권이지만 과거에는 제한된 인원만이 여권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사례 중 흥미로운 건 여권 위조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치적인 이유로 여권을 위조한 사람들의 사례는 꽤 인상적이다. 볼셰비키 지도자인 레닌은 체포를 피하기 위해 변장을 하고 가짜 여권 사진을 촬영해야 했고 스탈린과의 경쟁에서 밀려 추방된 레온 트로츠키는 위조 여권으로 잠입한 비밀 요원에게 목숨을 잃었다. 여성의 지위가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에는 남편이나 아버지의 신청서에 함께 기록되어야 했다는 사실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여권은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국가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여권. 이 작은 수첩이 미래에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얼마나 더 큰 힘을 가지게 될지 기대된다. 


#여행면허 #패트릭빅스비 #작가정신 #작정단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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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개선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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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사는 셜록 홈스, 시모가모에 진료소가 있는 존 왓슨... 뭔가 이상하다. 더구나 셜록 홈스는 슬럼프에 빠져 은퇴를 예고하고 있다. 이상함 투성이의 이 소설의 정체는 뭘까. 교토의 천재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신작 「셜록 홈스의 개선」이다.


빅토리아 시대 교토의 데라마치 거리 221B 번지 하숙집에는 슬럼프에 빠진 셜록 홈스가 지내고 있다. 그는 모든 의뢰를 거부하고 은둔하고 있었으며 존 왓슨은 진료소와 홈스의 짐을 오가며 그 상태를 살피고 있다. 하숙집 윗집에는 모리어티 교수가 이사 오고 맞은편 집에는 아이린 애들러가 탐정 사무소를 여는데... 


일본셜록홈스대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를 빅토리아 시대 교토로 데려와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보여준다. 원작의 셜록 홈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범죄자와 협박범이 이웃에 살고 심지어 같은 탐정으로 등장한다는 사실부터 새롭다. 


소설에는 모리미 도미히코만의 분위기가 가득 담겨 있다. 교토를 배경으로 현실과 이세계를 넘나들며 교토와 런던의 평행한 두 세계의 존재를 이색적으로 그려낸다. 소설의 큰 줄기는 '슬럼프'다. 왓슨은 셜록 홈스의 활약을 글로 써온 작가다. 홈스의 슬럼프가 길어지자 왓슨은 런던이라는 미지의 세계의 홈스를 상상하게 된다. 


작가는 슬럼프에 빠졌던 고통의 시간과 휴식기를 거쳐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셜록 홈스 시리즈의 열렬한 독자였던 그가 홈스를 통해 기나긴 슬럼프를 돌파했다는 사실은 왓슨 캐릭터에 더 몰두할 수 있게 해 준다. 


셜록 홈스를 즐겨 읽던 독자로서 모리미 도미히코가 만들어낸 세계의 홈스와 왓슨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동쪽의 동쪽 방'의 정체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판타스틱한 세계는 장마철 눅눅한 기분을 날려버린다. 다시 한번 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게 해 준 소설이다.


#셜록홈스의개선 #모리미도미히코 #내친구의서재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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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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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판타지 소설이 있다. 드래곤이 등장하고 라이더가 주인공이며 두 남녀 간의 로맨스도 곁들여 있다. 이 소설을 읽기 전만 해도 판타지 장르에는 알 수 없는 묘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다. 액션, 로맨스, 스토리, 세계관까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2023년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된 「포스 윙」이다.


판타지는 재미를 위해서만 읽는다고 생각했다. 세계관부터 현실적이지 않기에 현실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거라 여겼다. 미국의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 연구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를 통해 판타지 문학의 의미와 역할을 소개하고 어떻게 정치적인 도구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현실과 어떠한 접점도 없어 보이는 판타지 장르가 인간의 본성과 세계의 작동 방식을 꿰뚫어 본다고 말한다. 그는 '판타지가 어떻게 의미 있을 수 있는가', '판타지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판타지 문학의 의미와 역할을 이해시킨다. 용이나 마법이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판타지는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이라 표현했다. 신화적 측면, 메타포 차원, 그리고 구조 차원에서 진실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판타지를 통해 현실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판타지 장르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대상처럼 현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을 이해하고 공존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결말에 이르러 화합을 추구하는 장르의 특성 역시 현실에 대입해 볼 수 있다. 독자는 판타지의 결말을 통해 타인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판타지를 읽고 쓰는 사람들이 생각해 볼 9가지 키워드를 선정했다. 진실성, 사실주의, 결말, 흥미 요소, 문학의 사회적 기능, 유토피아, 남성성, 정치성, 두려움을 통해 현실에서의 합의, 개선, 연민, 공존을 위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한다. 이야기가 가진 힘은 강력하다.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행동하고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 판타지 장르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기꺼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다.


#판타지는어떻게현실을바꾸는가 #푸른숲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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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대니엘 오프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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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행위라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순간에 환자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엄마와 함께 대학 병원을 다닌 지 5년이 넘어가지만 진료실에 들어가면 세상 공손한 자세로 의사에 말에 경청하게 된다. 지금 병원에 오기 전 초기 진료를 했던 병원에서 사고가 있었다. 검사를 위해 주입한 약물 때문에 엄마의 심장이 멈췄던 적이 있었다. 바로 옆에 있던 간병인 덕분에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더 전문적인 처치와 관리를 위해 상급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 병원 문을 두드렸을 땐 절대적인 믿음으로 접근한다. 그렇기에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느끼는 상처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역 내과 의사인 저자는 이러한 의료 사고의 진상을 분석하고 의료 서비스를 정상화하는 방법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의료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의료 사고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기술의 문제일까 부주의의 문제일까. 저자는 의료 사고가 개인의 실수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라 지적한다. 미국 의료계의 경우 인종적, 성차별적 편견과 인력난 등이 겹쳐 의료 실수가 계속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통해 의료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인과 의료계가 직면한 문제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미국 전체 사망 원인 중 의료 실수가 세 번째를 차지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의료 사고로 환자들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의료 사고를 일으킨 의사들에게 내려진 징계는 너무나도 가볍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하지 않아도 될 실수가 자꾸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실수를 줄이고 환자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사례 중 제이와 글렌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읽는 내내 분노를 자아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지만 의사와 간호사의 미온적인 대응과 잘못된 진단, 감염 합병증과 미숙한 처치 등은 그저 재앙이었다. 이후 서로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유족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 태도가 남 일 같지 않았다. 


아찔했던 경험을 통해 의료 사고는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의대 입학 정원 문제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의료계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짧은 진료시간, 부족한 병상과 인력, 환자들의 기대치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의료진들 또한 지쳐가고 있는 현실이다. 완벽에 완벽을 더한 의료 시스템 안에서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때다. 

비록 <실수>를 저지른 것은 인간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실수를 가능하게 만든 무수한 시스템의 실패가 존재한다.

p. 249


#의료사고를일으키는의사들 #열린책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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