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대니엘 오프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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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행위라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순간에 환자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엄마와 함께 대학 병원을 다닌 지 5년이 넘어가지만 진료실에 들어가면 세상 공손한 자세로 의사에 말에 경청하게 된다. 지금 병원에 오기 전 초기 진료를 했던 병원에서 사고가 있었다. 검사를 위해 주입한 약물 때문에 엄마의 심장이 멈췄던 적이 있었다. 바로 옆에 있던 간병인 덕분에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더 전문적인 처치와 관리를 위해 상급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 병원 문을 두드렸을 땐 절대적인 믿음으로 접근한다. 그렇기에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느끼는 상처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역 내과 의사인 저자는 이러한 의료 사고의 진상을 분석하고 의료 서비스를 정상화하는 방법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의료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의료 사고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기술의 문제일까 부주의의 문제일까. 저자는 의료 사고가 개인의 실수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라 지적한다. 미국 의료계의 경우 인종적, 성차별적 편견과 인력난 등이 겹쳐 의료 실수가 계속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통해 의료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인과 의료계가 직면한 문제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미국 전체 사망 원인 중 의료 실수가 세 번째를 차지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의료 사고로 환자들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의료 사고를 일으킨 의사들에게 내려진 징계는 너무나도 가볍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하지 않아도 될 실수가 자꾸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실수를 줄이고 환자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사례 중 제이와 글렌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읽는 내내 분노를 자아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지만 의사와 간호사의 미온적인 대응과 잘못된 진단, 감염 합병증과 미숙한 처치 등은 그저 재앙이었다. 이후 서로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유족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 태도가 남 일 같지 않았다. 


아찔했던 경험을 통해 의료 사고는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의대 입학 정원 문제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의료계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짧은 진료시간, 부족한 병상과 인력, 환자들의 기대치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의료진들 또한 지쳐가고 있는 현실이다. 완벽에 완벽을 더한 의료 시스템 안에서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때다. 

비록 <실수>를 저지른 것은 인간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실수를 가능하게 만든 무수한 시스템의 실패가 존재한다.

p.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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