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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 생물학과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숨은 주인공, 개정판
마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8월
평점 :
여름이 되면 어디선가 꼭 나타나는 생물체가 있다. 까만 점처럼 보이는 '초파리'다.
주로 과일 껍질이 많은 곳에서 목격되는데 여름철에 특히 과일을 먹고 나면 뒤처리에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하지만 눈에 겨우 보이는 이 작은 생물체가 과학사의 주인공이었다.
이 책에서는 초파리가 과학 역사, 특히 진화생물학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설명하고
더 나아가 노화와 뇌신경을 다룬 분야에서의 역할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120년 넘게 과학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니 하찮게 여겼던 '초파리' 세계가 마냥 신기해 보였다.
과학자들은 초파리 연구를 통해 현대 유전학의 기초를 세우고 최초의 유전자 지도를 만들며
돌연변이와 진화유전학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
이는 초파리의 한 세대가 짧고 사육하기 쉽게 때문이었다.
초파리는 작은 우유병과 썩어가는 바나나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과학자들은 인류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수많은 연구를 해냈다.
저자는 초파리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생물학적 사건들을
소개하고 생물계에 기여한 바를 쉽게 설명한다. 그저 귀찮고 치워야만 하는 곤충으로 생각했는데
이 작은 몸이 생물학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저자는 초파리와 인간이 여러모로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초파리를 연구함으로써
인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육안으로 보이는 크기부터 다른 두 생물체가
닮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초파리를 활용한 연구가 과연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이 궁금해졌다.
연구자들은 여전히 초파리를 이용하여 활발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암, 알츠하이머병,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법 뿐만 아니라
수면 장애,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까지 초파리를 이용한다.
과거에 그랬듯이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초파리는 훌륭한 연구 대상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저자는 보잘것없는 곤충에서 생물계 진보의 주인공으로 변신한 초파리에 대해 친숙하게 설명한다.
딱딱한 과학 책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과학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다면 반 고흐, 닥스훈트, 칭기즈칸의 공통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