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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병원에서다.
진료실 앞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우리 사회의 돌봄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성 때문인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돌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복지다.
하지만 돌봄은 내가 생각했던 개념을 훨씬 넘어선다.
이 책에서는 복지는 물론, 노동, 교육, 젠더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돌봄에 대한 정의를 살펴볼 수 있다.
돌봄의 가치를 파악하고 우리 사회가 돌봄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내세우며 공존을 위해 필요한 질서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료 종사자와 시설에만 그 역할을 맡길 수는 없다.
이 책에서는 돌봄이 혁명이 되어야 하며 그동안 저평가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말한다. 돌봄을 여성의 일로만 여기던 생각에서 탈피하고
부족한 돌봄 인력 문제와 연관된 인종, 계급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극단적인 소득 격차로 인해 돌봄 노동에도 새로운 계급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다.
돌봄이나 복지는 아직은 나와 무관한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아픈 가족을 돌보며
돌봄 노동자 생활을 하다 보니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임을 몸소 깨달았다.
단순히 사회가 돌봄을 대신해 준다고 해도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돌봄과 연관된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돌봄의 자격과 권리, 의무와 영역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