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궁궐 기담
현찬양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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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 경복궁 내명부에서 일하는 궁녀에게는 전해 내려오는 금기 조항이 있다.

음산한 밤이 되면 궁녀들은 저마다 모여 괴담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경복궁이 세워지기 전에 흉가였던 도깨비집의 딸,

세답방 나인 백희의 과거사로부터 시작된다.

각자가 꺼내놓은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긴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단순히 괴담이라 여겼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상황들이 계속되자 궁녀들은 괴력난신을 의심하게 되고 점점 더 불안해한다.

고려 때부터 궁녀로 살아온 지밀나인 노아는 어느 날 백희의 비밀을 알게 된 후 말한다.

정말 금기를 어겼기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기는 걸까?

어쩌면 나쁜 일이 생겼으므로 금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p. 306

경복궁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설정한 덕분에 비밀로 둘러싸인 궁궐이라는 공간에서

사라진 궁녀들을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고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단순한 사고일 수도 우연일 수도 있다.

이를 금기라는 말로 규정해 놓으니 일어난 사건의 인과관계가 미묘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 실린 비망록을 읽고 나면 괴담의 진짜 주인공이 누군지 알게 된다.

단편마다 캐릭터와 사연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잘 만들어진 연작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을 느꼈다. 작가가 준비하고 있다는 이 책의 후속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궁궐에는 왜 이리 금기가 많습니까?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안 된다.

정말이지 언제 무얼 하나 어기게 될지 몰라서 늘 불안하다니까요.

완전히 도깨비 소굴이야.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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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자폐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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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드라마 한편이 이슈였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로,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주인공 캐릭터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상세한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주인공이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라는 설정은 자폐증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아스퍼거 장애를 지닌 자폐인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자폐인이 보는 세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는 어마어마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고, 조금이라도 예상을 벗어나면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린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알 수 없는 어려움을 느끼고

도서관과 책에 대해서는 강박적인 열정을 갖는다. 작가는 이러한 모습을 유쾌하게 소개하며

자폐증이 삶을 망가뜨리고 있지 않으며 자신을 설명하는 여러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은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환자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나보다 좀 더 예민하고 더 많이 집중할 뿐이다.

각자가 가진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추려고만 하다 보니

차별과 멸시가 가득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 건 아닌지 돌이켜 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자신의 세계를 활짝 열고 보여준 자폐 지성인의 솔직한 고백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와 다름을 부정하거나 경계하지 않고 각자가 지닌 독특한 특징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이로 인해 사람을 대하는 잘못된 우월함을 떨쳐버릴 수 있다면

서로를 동등한 위치에서 편견 없이 마주 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흔히 가진 선입관과 달리 자폐 아동이 집단에 들어가려고 얼마나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 아이가 혼자이고 싶어서, 또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에 혼자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p.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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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2.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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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일상의 행복을 위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노래'를 이야기한다.

날씨에서 가을이 느껴지는 것처럼 이번호에서는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 하늘을 기억하고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으로 남겼다.

9월 호에서는 자연을 배경으로 듣는 구수한 노랫소리, 정리조차 놀이로 놀이로 승화시킨

아이들의 노동요, 고단했던 엄마의 삶을 위로해 준 카세트테이프, 아침을 깨우는

어린 딸의 노래 등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사연을 만나볼 수 있다.

소개된 다양한 사연을 읽으며 내 삶에서 노래가 필요한 순간에 대해 떠올려 본다.

지금은 일하는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습관처럼 노래를 켜지만,

돌이켜보면 일상의 어느 한순간을 추억하고 내 마음을 대변하는 노랫말을 들었을 때

무척이나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나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것만 같았기에 노래에 위로받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그러한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힘들지만

언젠가 마음이 편해진다면 가사를 음미하며 좋아하는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이 계절에 어울리는 차와 다점의 조합, 환경을 생각하는 라이프 에티켓을 배울 수 있다.

이번호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깨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방앗간 사장님의 이야기였다.

강원도 원주의 '깨 로스터리 옥희방앗간'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방앗간을 소개하는 데,

깨를 활용한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고소한 참기름, 들기름도 구입할 수 있고 다양한 볼거리도 갖춘 방앗간을

언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가을의 초입에서 만난 샘터는 다양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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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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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자 장영희 교수의 10주기를 앞두고 새로운 모습으로 개정된 책이다.

고전으로 둘러싸인 숲에서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찾아 삶에 대한 지혜와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그녀는 제목의 고전부터 미처 읽지 못한 작품까지 다양한 문학작품을 소개한다.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지만 고전에 대해서만큼은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던 내게

고전을 읽는 즐거움과 시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문학과 좀 더 가까워지고 그 안에서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문학 작품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문학 속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문학작품을 통해 나 이외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그녀의 글은 담백하게 느껴졌다.

자극적이거나 심심하지 않은, 그러나 온화하면서도 진중한 문장들이 좋았다.

그녀의 글을 읽을수록 익숙하면서도 낯선 고전문학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졌다.

이 마음이 흐릿해지기 전에 책장 속 깊은 곳에 있던 고전을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눈을 뜨고 있는 동안 내내 행복을 추구하지만, 막상 우리가 원하던 행복을 획득하면 그 행복을 느끼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이다. (중략) 행복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변덕꾸러기이고 절대적 행복, 영원한 행복이란 없는 듯하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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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의 법칙
마이클 헬러.제임스 살츠먼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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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의 법칙"이라는 부제가 눈길을 끈 책이다.

강렬한 빨간색 표지만큼이나 매력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사례를 통해 소유의 의미와 소유권의 법칙에

대해 설명한다. 그들은 무릎보호걸쇠라고 하는 우리 돈 3만 원가량의 플라스틱 걸쇠로 인해

벌어진 좌석 공간의 소유권 논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물건을 파는 쇼핑몰은 이렇게 설명한다.

"비행기 앞 좌석의 등받이를 고정시켜 무릎을 보호하세요."

p. 6

저자들의 따르면 세상에서 소유를 두고 벌어지는 모든 논쟁은 다음 6가지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선착순, 점유, 노동, 귀속, 자기 소유권, 그리고 상속.

그러면서 각자가 삶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 직접 소유권 싸움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산으로 남겨진 의자나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하는 문제부터 배리 본즈의 홈런 볼,

난자나 정자의 기증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소유권 갈등 문제를 보여주며

설명하기 힘든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을 수 있는 팁을 건넨다.

소유권이라는 문제가 우리 삶에 이렇게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내 것 아니면 남의 것이라는 여겼던 단순한 개념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개인 간 기업 간 정부 간 국가 간 벌어지는 크고 작은

다툼이 소유권 법칙에 의해 작동하며 이 법칙을 알게 되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통해 '내 것'이라는 단순한 개념 이면에 숨겨진 마음과 행동을

지배하는 소유의 규칙을 파악한다면 삶의 주도권을 잡는 비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소유했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 소유한 것 사이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p.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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