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드라마 한편이 이슈였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로,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주인공 캐릭터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상세한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주인공이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라는 설정은 자폐증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아스퍼거 장애를 지닌 자폐인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자폐인이 보는 세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는 어마어마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고, 조금이라도 예상을 벗어나면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린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알 수 없는 어려움을 느끼고
도서관과 책에 대해서는 강박적인 열정을 갖는다. 작가는 이러한 모습을 유쾌하게 소개하며
자폐증이 삶을 망가뜨리고 있지 않으며 자신을 설명하는 여러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은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환자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나보다 좀 더 예민하고 더 많이 집중할 뿐이다.
각자가 가진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추려고만 하다 보니
차별과 멸시가 가득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 건 아닌지 돌이켜 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자신의 세계를 활짝 열고 보여준 자폐 지성인의 솔직한 고백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와 다름을 부정하거나 경계하지 않고 각자가 지닌 독특한 특징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이로 인해 사람을 대하는 잘못된 우월함을 떨쳐버릴 수 있다면
서로를 동등한 위치에서 편견 없이 마주 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