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2.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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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11월의 주제는 커피다. 이제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커피만큼 잘 어울리는 게 있을까.

일을 시작하기 전에 꼭 준비하는 게 바로 커피다. 그날 기분에 따라 내가 마시는 커피도

달라진다. 달달한 믹스 커피 한 잔이 필요할 때가 있고 캡슐 커피 한 잔에 기분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다. 가끔은 늦은 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기도 하는데 따뜻한 기운이 몸속에

고루 퍼지면서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오늘 내 선택은 오전 산책길에 사 온 시원하고 달달한 바닐라 라테다.

다른 사람들은 커피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샘터 11월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커피를 팔지 않는 서점부터 엄마의 죽음 이후 홀로서기를 위해 바리스타 교육을 받기 시작한 아가씨, 그리고 합정과 망원 사이 골목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카페 주인 등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커피 한 잔을 들이켠다.

이번 호에서는 나라별 이색 커피를 소개하고 전통주 소믈리에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또한 늦가을에 잘 어울리는 시나몬롤에 대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시하고

이탈리아 티볼리의 이국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시간 중에 잠깐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커피 향이 나는 것만 같다.

취향을 존중하며 일상의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는 월간 샘터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커피는 관계에 온기를 피우며, 혼자만의 고독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숙성시킨다. 그래서 오늘도 당신과 나는 커피를 곁에 둔다.

p.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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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프리 - 동물과 지구를 위한 새로운 생활
린다 뉴베리 지음, 송은주 옮김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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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와 환경보호 운동에 앞장서 온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지속 가능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활 방식을 제시한다. 즉, 인간 이외의 생명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사소한 습관과 행동의 변화로 지구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태도를 이야기한다.

인간이 먹고 입고 쓰고 버리는 모든 것들과 관련하여 윤리적인 소비를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차근차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동물의 권리에 대한 정의를 시작으로 가급적 채식을 하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을

고를 줄 알아야 하며 동물 학대 패션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해했다면 다음으로는 생활 속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방법을 이야기한다. 특히 저자는 채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책에 실린

대부분의 내용은 공감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쉽게 공감할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고기를 덜먹거나 집약식으로 기른 고기는 먹지 않는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 숍을 이용하거나

재활용 제품을 제대로 분리해서 버리는 작은 습관까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완벽하게 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 역시도 자신이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아님을 고백하면서 낭비하지 않기와 동물성 제품 피하기라는 실천 방안 사이에서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각자가

자신만의 규칙을 정한 다음 유연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고 포기하지 말자.

개인이 한 가지씩만 실천해도 좋지 않을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생각해 본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확실히 입을 옷만 사고 자주 입기로 했다. 또한 텀블러 사용을

습관화하고 플라스틱 사용 빈도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하려 한다.

하지만... 역시 고기를 끊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동물을 돌볼 책임을 맡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떤 동물이든 주지 말아야 한다.

P.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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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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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상실의 순간이 온다. 연인일 수도 가족일 수도 때로는 추억일 수도 있다.

소설은 죽은 남편을 향한 그리움으로 자신의 팔을 잘라버린 여자와 이로 인해 도시를

집어삼킨 커다란 불을 소재로 한 <나이트 러닝>으로 시작한다.

8편의 단편은 저마다의 분위기로 관계 속에서 상실을 마주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관계를 맺는다. 그 형태는 사랑일 수도 있고 우정일 수도 있다.

나약한 인간은 다양한 형태의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온기를 느낀다.

그 온기는 인생의 고달픔을 가만히 달래주며 위안이 되어 준다.

작가는 낭만적 연애와 이별을 다룬 〈얼룩, 주머니, 수염〉, 종양으로 한쪽 눈을 잃었지만

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모두에게 다른 중력>, 친구의 죽음을 되새기는

<우리가 소멸하는 법>, 엄마의 죽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다룬

<곰 같은 뱀 같은> 등을 통해 무조건적인 선의와 온기의 힘을 보여준다.

작가의 개성이 담긴 글은 때로는 괴기하고 때로는 다정하며 때로는 유머러스하다.

슬픈 현실을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나 또한 소설 속 인물들처럼 슬픈 현실을 버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큰 슬픔 앞에서 사사로운 불행은 폼을 잡지 못하는 법이다. 슬픔의 위력은 대단하다. 슬픔은 우리를 발가벗기고 초라하게 만든다. 우리는 아주 작은 일에도 웃고, 달리고, 노래한다. 그래야 슬픔의 힘에 눌리지 않기 때문이다.

p. 14

죽음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소용없다. 그건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죽거나, 소중하지 않았다 해도 알던 사람이 죽으면 그게 뭔지 저절로 알게 된다.

p.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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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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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는 재미있다. 특히 자신이 꿈꾸던 세계라면 그들의 세상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방송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었다.

당시에는 무조건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실패가 계속될수록 하고 싶은 마음과 그만둬야 한다는

마음이 치열하게 대립하게 된다. 그래서 딱 3년만 '하고 싶은 마음'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그리고 스스로 약속한 3년을 채우고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내 길이 아님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 책은 이런 나의 아쉬움을 채워준 책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세상에서 살아남은 콘텐츠를 만들어낸 권성민 PD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곳곳에 담긴 유머러스함과 평소 궁금했던 상암동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읽으면서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또한 언젠가 우연히 본 장면이 권성민 PD가 연출한 프로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진행자와 출연자가 카톡으로만 대화를 하던 신선했던 영상이었는데, SNS가 발달한 시대에는

이런 형식의 프로도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저자가 보여주는 콘텐츠 제작 가이드는 개인 방송이 활발해진 지금,

콘텐츠에 대한 부담을 가진 이들에게 좋은 팁이 될 거라 생각한다.

지상파와 디지털 매체를 두루 섭렵한 그만의 노하우를 배우고

꾸준히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각자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PD의 역할과 재량, 기획력과 구성력을 만들기 위한 그만의 노력, 예능이 가진 매력 등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솔깃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마지막 4장에서는 방송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를 담고 있다.

거의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들이지만 내가 이 용어를 알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관심이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아직도 마음 한편에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열정 가득했던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고 나와 다른 비범한 이들의

삶을 통해 남아있던 미련의 찌꺼기까지 완전히 털어 버릴 수 있었다.

늘 새로워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 속에서도 결국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콘텐츠 제작자들의 세계가

궁금한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로 가득한 유쾌한 책이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던 깊은 밤, 마주보고는 꺼내지 못했을 얘기들을 장문의 문자로 남겨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의 무게를 잘 알 것이다. 때로 우리에겐 말하기의 다른 방법들이 필요하다.

p.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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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워프 시리즈 2
알렉산더 케이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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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미래 소년 코난〉 원작 소설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기후 재난과 이에 얽힌 국가 간 갈등을 다룬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아직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 애니메이션을

봤다고 생각했다. 익숙한 제목과 익숙한 주인공은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소년과 소녀의 모험물이며 희망찬 결말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은 내 예상을 단숨에 깨뜨렸다.

암울한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두 주인공의 활약을 마냥 즐겁게 볼 수 없었다.

농업이 중심인 어린이 공동체 하이하버와 기술 문명이 중심인 어른 공동체 인더스트리아의

극렬한 대립 구도는 안타까움을 배가 시켰다. 기술과 자원이 조화를 이루면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세대 간 갈등은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기성세대와 이들을 불신하고 증오하는 청년 세대. 서로에 대한 공격성은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하이하버를 인더스트리아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계획 진행되었지만

거대한 해일이 하이하버를 덮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희망적이지 않은 결말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멸망 이후 회복 가능성을 내보인다.

이 소설을 통해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보이는 본성과 서로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역설적인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애니메이션이 궁금해졌다.

원작과 각색의 차이, 두 작품이 내포하는 메시지와 결말 등을 비교해 보고 싶어졌다.

소설은 전쟁이 계속되고 바이러스의 위협이 덮친 재난 상황을 겪고 있는 현실과 무척이나 닮았다.

전쟁으로 파괴된 지구를 무대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가능성과 진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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