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상실의 순간이 온다. 연인일 수도 가족일 수도 때로는 추억일 수도 있다.
소설은 죽은 남편을 향한 그리움으로 자신의 팔을 잘라버린 여자와 이로 인해 도시를
집어삼킨 커다란 불을 소재로 한 <나이트 러닝>으로 시작한다.
8편의 단편은 저마다의 분위기로 관계 속에서 상실을 마주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관계를 맺는다. 그 형태는 사랑일 수도 있고 우정일 수도 있다.
나약한 인간은 다양한 형태의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온기를 느낀다.
그 온기는 인생의 고달픔을 가만히 달래주며 위안이 되어 준다.
작가는 낭만적 연애와 이별을 다룬 〈얼룩, 주머니, 수염〉, 종양으로 한쪽 눈을 잃었지만
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모두에게 다른 중력>, 친구의 죽음을 되새기는
<우리가 소멸하는 법>, 엄마의 죽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다룬
<곰 같은 뱀 같은> 등을 통해 무조건적인 선의와 온기의 힘을 보여준다.
작가의 개성이 담긴 글은 때로는 괴기하고 때로는 다정하며 때로는 유머러스하다.
슬픈 현실을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나 또한 소설 속 인물들처럼 슬픈 현실을 버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