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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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상실의 순간이 온다. 연인일 수도 가족일 수도 때로는 추억일 수도 있다.

소설은 죽은 남편을 향한 그리움으로 자신의 팔을 잘라버린 여자와 이로 인해 도시를

집어삼킨 커다란 불을 소재로 한 <나이트 러닝>으로 시작한다.

8편의 단편은 저마다의 분위기로 관계 속에서 상실을 마주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관계를 맺는다. 그 형태는 사랑일 수도 있고 우정일 수도 있다.

나약한 인간은 다양한 형태의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온기를 느낀다.

그 온기는 인생의 고달픔을 가만히 달래주며 위안이 되어 준다.

작가는 낭만적 연애와 이별을 다룬 〈얼룩, 주머니, 수염〉, 종양으로 한쪽 눈을 잃었지만

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모두에게 다른 중력>, 친구의 죽음을 되새기는

<우리가 소멸하는 법>, 엄마의 죽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다룬

<곰 같은 뱀 같은> 등을 통해 무조건적인 선의와 온기의 힘을 보여준다.

작가의 개성이 담긴 글은 때로는 괴기하고 때로는 다정하며 때로는 유머러스하다.

슬픈 현실을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나 또한 소설 속 인물들처럼 슬픈 현실을 버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큰 슬픔 앞에서 사사로운 불행은 폼을 잡지 못하는 법이다. 슬픔의 위력은 대단하다. 슬픔은 우리를 발가벗기고 초라하게 만든다. 우리는 아주 작은 일에도 웃고, 달리고, 노래한다. 그래야 슬픔의 힘에 눌리지 않기 때문이다.

p. 14

죽음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소용없다. 그건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죽거나, 소중하지 않았다 해도 알던 사람이 죽으면 그게 뭔지 저절로 알게 된다.

p.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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