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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ㅣ 워프 시리즈 2
알렉산더 케이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2년 9월
평점 :
이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미래 소년 코난〉 원작 소설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기후 재난과 이에 얽힌 국가 간 갈등을 다룬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아직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 애니메이션을
봤다고 생각했다. 익숙한 제목과 익숙한 주인공은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소년과 소녀의 모험물이며 희망찬 결말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은 내 예상을 단숨에 깨뜨렸다.
암울한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두 주인공의 활약을 마냥 즐겁게 볼 수 없었다.
농업이 중심인 어린이 공동체 하이하버와 기술 문명이 중심인 어른 공동체 인더스트리아의
극렬한 대립 구도는 안타까움을 배가 시켰다. 기술과 자원이 조화를 이루면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세대 간 갈등은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기성세대와 이들을 불신하고 증오하는 청년 세대. 서로에 대한 공격성은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하이하버를 인더스트리아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계획 진행되었지만
거대한 해일이 하이하버를 덮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희망적이지 않은 결말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멸망 이후 회복 가능성을 내보인다.
이 소설을 통해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보이는 본성과 서로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역설적인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애니메이션이 궁금해졌다.
원작과 각색의 차이, 두 작품이 내포하는 메시지와 결말 등을 비교해 보고 싶어졌다.
소설은 전쟁이 계속되고 바이러스의 위협이 덮친 재난 상황을 겪고 있는 현실과 무척이나 닮았다.
전쟁으로 파괴된 지구를 무대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가능성과 진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