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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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을 읽고 난 후 강렬한 느낌이 받았던 덕분에 렌조 미키히코가 그려낸 소설을 더 읽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환상적인 장르 소설이 새로 등장했다. 책에 실린 9편의 단편은 모두 오싹하다.

인간의 욕망을 이렇게 멋지게 그려낼 줄이야. 각기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읽고 있음에도

인간이란 존재가 어쩌면 가장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개인적 취향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화석의 열쇠>였다. 왜 반신불수의 어린 소녀를 죽이려 했는지, 그리고 범인의 정제가 밝혀졌을 땐 허탈함과 분노가 동시에 몰아쳤다.

유괴 사건의 진생을 고백한 전직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과거에서 온 목소리>도 인상적이었고 남편과 아내를 동시에 미행해야 하는 흥신소 직원의 사정과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는 <열린 어둠>까지 독특한 설정과 추리 과정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이용한 트릭을 교묘하게 보여주며 미스터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1980년대에 발표된 작품이라고는 하나 현재 시점에서 읽어도 전혀 거리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렌조 미키히코의 소설을 더 읽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게이코가 신주쿠에 있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호텔에서 살해되었다니…. 게이코라면 바로 방금 전까지 이 카펫 위에 쓰러져 있었다. 내가 죽였다. 이 손으로, 이 침실에서 내가 죽였다.

p.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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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흔, 이제부턴 체력 싸움이다! - 몸과 마음의 격동기를 지나고 있는 나를 위한 체력상담소
서정아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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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계속되는 통증과 극심한 피로감 때문에 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내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정상. 심지어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통증이 있었고 의사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운동을 하라는 말로

처방을 대신했다. 그날 이후로 동네 뒷산을 오르면서 매일 산책하기를 실천하려 애쓰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때의 경험이 계속 떠올랐다. 책에 등장하는 사연이 모두 내 이야기 같았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애전환기 여성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흔 전후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신체 격동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남은 인생을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생활 습관을 정리해 준다.

그동안 무심했던 내 몸에 미안함을 느끼며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양약, 한방, 직구 아이템까지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었고

그로 인해 피폐해진 몸에는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예민한 성격 탓에 누구보다 스트레스가 심했고 개인적 상황까지 더해져

제대로 잠을 잔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만성피로와 무기력은 반복해서 나타났고 심할 땐 숨쉬기 힘든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마흔 전후로 일어난 일들이다. 단순히 나이의 숫자가 바뀌었을 뿐인데

몸에서 느껴지는 여러 징후는 확연하게 달랐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건 체력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저자는 몸과 마음의 회복탄력성을 점검하여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소한 습관들을

이야기한다. 생각하는 방법부터 먹고 움직이는 방법까지 누구나 어려움 없이 따라 할 수 있는

생활습관이다. 단순히 조리 방법을 바꾸고 가볍게 마사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몸의 컨디션을 좋게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자연스러운 노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몸속에 쌓인 독소를

제거함으로써 건강한 인생 2 막을 맞이할 수 있는 조언을 아낌없이 건넨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시작했던 산책은 여전히 계속하고 있고

시작 당시 불편했던 몸은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 이제는 책에 소개된 조리 방법 바꾸기에 도전해

보려 한다. 인생의 방황기에 저자의 몸과 마음을 일으킨 걷기처럼

나 역시도 소홀했던 내 몸에 미안함을 느끼며 체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마흔이 넘어 갑자기 불면증이 생겼다면?

낮 동안 햇볕을 쬐며 조금 빨리 걷는 운동을 시작하길 권한다.

p. 14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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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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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힘겨운 순간에도 휴식을 취하고 싶은 시간에도

유쾌한 순간에도 나는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인생 탐독가인 정여울 작가는 이렇게 문학으로 마음을 회복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의 다양한 시절에 함께 한 수많은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그 안에서 찾은 진실을 전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세상에는 아직도 읽을거리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마음이 풍족해짐을 느낀다.

작가는 동서양 고전부터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이에 더해 대중문화까지도 아우르며

다양한 문학의 세계를 펼쳐낸다.

내가 이미 읽은 책을 만났을 땐 반가웠고 이제 막 읽으려고 하는 책을 소개받았을 땐

설렘을 느꼈다. 제목조차 낯선 책들은 읽고 싶다는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예전에는 문학이 가진 힘을 몰랐다. 그냥 책이 좋았고 유일한 취미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삶에 힘겨웠던 어느 순간에 문학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다.

작가는 문학이 지닌 강렬한 힘을 발견하고 문학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는 문학 속 언어로 위로를 받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리하여 각자의 세계는

문학을 통해 더 넓게 멀리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비로소 이야기를 통해 더 나은 존재로 완전해진다.

문학 속에는 나와 같은 삶의 고민이 담겨 있었고 그들의 세계관 안에서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고된 삶의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해피엔딩이 좋다. 삭막하고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행복과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결말이 좋다. 그래서 문학의 끝은 행복하고 아름답길 바란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더 많은 문학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내가 위로받았듯 누군가에게도 분명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문학은 내게 '사이에 존재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고통과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슬픔과 기쁨 사이, 현재와 과거 사이에 존재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p. 7

문학은 잃어버린 시간을 끝내 보듬고 부둥켜안고자 하는 그 모든 상처 입은 자들의 마지막 보루다. 문학은 우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그 시간 속으로 초대하여 이야기의 반딧불로, 은유와 상징의 횃불로 우리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한다.

p.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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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문해력을 키워드립니다 - 하이브리드 워크 시대, 당신에게 꼭 필요한 글쓰기 비법
장재웅.장효상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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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와 비대면 근무가 일상이 된 요즘,

비즈니스 현장에서 필요한 문해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대면 근무의 현장에서는 말하기의 기술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글쓰기의 기술이 무엇보다

필요한 순간이다. 특히 업무용 메신저나 이메일로 소통하는 경우, 잘못된 표현 하나로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직장 생활 경험 중에 사내 메신저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코로나 훨씬 이전이었지만

메신저를 사용하여 소통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은 오래 상황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바로 직접 만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상황에서는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이전과 다른 하이브리드 워크 상황을 설명하고 문해력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글로 소통하는 법을 시작으로 현실적인 비즈니스 글쓰기를 알려준다.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메신저와 개인 간의 메신저의 차이를 보여주고 이메일을 잘 쓰기 위한 원칙을 전해준다.

또한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한 4단계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단순한 보고서를 넘어

논리적 사고를 담아 쓰는 법을 이야기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지금 당장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지침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거의 대면 근무였지만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통한 비대면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낼 때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된다.

내가 쓴 글로 인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나와 상대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몇 번이고 쓰고 고치는 일을 반복한 후 전송 버튼을 누른다. 직접적으로 나와 관련 있는 부분이라 그런지 책의 내용 중 특히 이메일과 관련한 부분을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빨리 적응하고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싶다면

이제 비즈니스 문해력에 집중해야 할 때다. 각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배우고

실전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일의 능률이 한층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하이브리드 워크 시대에는 형식이 아닌 내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과 형식에 쓸 시간을 아껴 문서의 내용과 인과 관계, 그리고 설득력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p.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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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꿈들 - 장소,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양미래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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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어떤 장소를 알아간다는 건 단지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소에 담긴 역사를 배우고 인연을 만들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리베카 솔닛은 이 책을 통해 그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솔닛은 네바다 핵실험장으로 걸어가 그곳에서 글 쓰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희망을 품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연'이라는 관념이 구축되면서 보호받아야 할 자연 공간이 국립공원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와 그곳에서 맺어진 관계를 성찰하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단 한 번도 내가 있는 장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 여기며 소유의 개념으로만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있는 장소는 한 사람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곳이며 지켜야 하는 곳이라는 확신이 생겨났다.

솔닛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라는 장소를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고

기후 위기의 시대를 각자의 방식으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어느 가을 날 솔닛은 요세미티 원주민을 만났다. 오랜 시간 이곳에 살아온 원주민들은 그들의 역사와 터전을 지키고 연방정부로부터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도심 박물관 디오라마의 설명에는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 앞에서 원주민들이 느꼈을 감정이 솔닛의 글을 통해 내게도 전해지는 것만 같다.

저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이 땅이 제 땅이라고 말해요.

사람들이 저에게서 앗아갈 수 없는 것 한 가지는 바로 제가 느끼는 감정이에요.

p. 386

그녀의 글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원주민들이 국립공원 조성을 이유로 생활 터전을 잃고 쫓겨났으며 이러한 행위를 야생을 수호하는 것이라 여긴다.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는 것이 최선의 보호라 여기는 시각은 원주민들의 행동을 자연 파괴라 규정한다. 원주민들이 주기적으로 숲에 불을 내는 행위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들을 자연에서 몰아냈지만 숲은 오히려 불에 더 취약해져만 갔다.

이런 행위가 반복될수록 오랜 시간 이어져온 정복과 약탈의 역사를 이제는 공존의 역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이제 장소는 평범한 사람들부터 수많은 활동가와 연구자들에 이르기까지

행동하며 실천하는 이들의 노력 덕분에 변화의 발판이 되고 있다.

솔닛의 글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지속 가능한 새로운 공생관계를 만들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장소라는 공간을 역사적 정치적으로 풀어쓴 이 책을 읽으며 '저항'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장소가 가르쳐 준 희망을 떠올리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품어본다.

어떤 장소를 알아간다는 것은 친구나 연인을 알아가듯 그 장소와 친밀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장소를 더 잘 알아간다는 것은 그 장소가 다시 낯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낯설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방식으로 참신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사그라들지 않는 심오하고도 심란한 방식으로 낯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p.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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