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어떤 장소를 알아간다는 건 단지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소에 담긴 역사를 배우고 인연을 만들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리베카 솔닛은 이 책을 통해 그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솔닛은 네바다 핵실험장으로 걸어가 그곳에서 글 쓰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희망을 품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연'이라는 관념이 구축되면서 보호받아야 할 자연 공간이 국립공원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와 그곳에서 맺어진 관계를 성찰하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단 한 번도 내가 있는 장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 여기며 소유의 개념으로만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있는 장소는 한 사람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곳이며 지켜야 하는 곳이라는 확신이 생겨났다.
솔닛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라는 장소를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고
기후 위기의 시대를 각자의 방식으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어느 가을 날 솔닛은 요세미티 원주민을 만났다. 오랜 시간 이곳에 살아온 원주민들은 그들의 역사와 터전을 지키고 연방정부로부터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도심 박물관 디오라마의 설명에는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 앞에서 원주민들이 느꼈을 감정이 솔닛의 글을 통해 내게도 전해지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