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을 읽고 난 후 강렬한 느낌이 받았던 덕분에 렌조 미키히코가 그려낸 소설을 더 읽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환상적인 장르 소설이 새로 등장했다. 책에 실린 9편의 단편은 모두 오싹하다.
인간의 욕망을 이렇게 멋지게 그려낼 줄이야. 각기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읽고 있음에도
인간이란 존재가 어쩌면 가장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개인적 취향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화석의 열쇠>였다. 왜 반신불수의 어린 소녀를 죽이려 했는지, 그리고 범인의 정제가 밝혀졌을 땐 허탈함과 분노가 동시에 몰아쳤다.
유괴 사건의 진생을 고백한 전직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과거에서 온 목소리>도 인상적이었고 남편과 아내를 동시에 미행해야 하는 흥신소 직원의 사정과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는 <열린 어둠>까지 독특한 설정과 추리 과정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이용한 트릭을 교묘하게 보여주며 미스터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1980년대에 발표된 작품이라고는 하나 현재 시점에서 읽어도 전혀 거리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렌조 미키히코의 소설을 더 읽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