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말들 - 차별에서 고통까지, “어쩌라고”가 삼킨 것들
오찬호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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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소통이 어려워졌다는 걸 느낀다. 특히 세대 간 젠더 간 소통은 난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왜 우리 사회가 이토록 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걸까.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고 멸시하며 비난하는 일이 왜 빈번해졌을까. 이 책은 모욕으로 가득한 망가진 대한민국의 소통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언어 속에 담긴 냉소주의, 능력주의, 생존주의를 비판하며 말로 벌어지는 폭력을 보여준다. 괴상한 학벌주의 아래 타인을 깔보고 혐오할 자유라는 해괴망칙한 주장 하에 비상식을 상식이라 우기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규제하기 힘든 개인 방송이 난무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를 전달하며 대중은 선동하는 이들이 시시각각 등장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비장애인은 당연히 누리는 일상을 장애인들을 쉽게 누리지 못한다. 또한 비판이나 쓴소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점점 방어적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대학 서열화와 타인의 아픔에 대해 위로가 아닌 냉소 가득한 빈정거림이 난무하다. 


건강한 논쟁조차 가로막는 사회가 되어갈수록 논리와 상식도 사라지게 된다.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되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욕설과 짜증만 늘어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월함과 열등함으로 나눠진 수직 구조를 지적한다. 약자에 대한 배려를 능력 없는 이들을 위한 특혜라 여긴다. 


공정과 자유는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오염된 의미로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건강한 논쟁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다시 찾아야 할 때다. 우리 사회에 대한 저자의 신랄한 지적 덕분에 말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은연중에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 말을 내뱉고 있었던 건 아닌지, 나와 다른 의견을 무시했던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부끄러운 현실을 직면하고 함께 고민하여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납작한말들 #오찬호 #어크로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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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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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윤혜정의 예술 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예술을 장소성과 시간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작가는 전시를 꾸리고 관람객은 눈으로 보고 느낀다. 이 일련의 행위는 예술가의 작업이 누군가의 삶으로 스며드는 과정이다. 


우리는 흔히 예술은 경험하는 과정이라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단순히 보고 읽고 아는 것을 넘어 무엇인가를 헤아려보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의 그 경험은 글자를 넘어 내게 도달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다.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예술은 우리의 일상에 더 가까워진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비엔날레 현장부터 소유하고 공유하며 사랑하는 컬렉터의 집을 지나 뉴욕 맨해튼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두 시간 프로젝트, 일명 라이브러리 싱킹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예술의 경험은 무료한 삶에 자극이 된다.


특히 이 책에서 보여준 컬렉터 이야기는 오랜 시간 시선을 끌었다. 부자도 아니고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부족하지만 소유하고 싶다는 열망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부러운 마음에 더 집중해서 읽게 된 컬렉터의 이야기는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준다.


예전부터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작품을 보고 있어도 알기 힘들고 안다고 해도 이해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예술 경험에 관심을 쏟는 건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내 인생에 다채로운 색감을 입혀 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전하는 예술에 대한 사유, 불안에 대한 고백, 새로운 발견에 대한 쾌감 등은 직접 촬영한 사진이 더해져 생동감 있게 들려온다. 다채로운 예술 이야기는 마지막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특별한 계획도 없이 아침부터 걷다 보니 눈앞에 익숙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조형물이 보였고 개장 시간에 맞춰 관람을 시작했다. 사진첩을 찾아보니 당시의 기억과 느낌이 떠올랐다. 비록 전시는 끝이 났지만 그날 내가 본 작품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다. 긴 총부리 끝에서 피어난 커다란 나뭇가지와 꽃은 여전히 생생하게 피어있다. 


예술 3부작의 마지막 편이기 때문일까.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줄어드는 페이지에 아쉬움이 짙어진다. 저자가 예술의 자리에서 경험하고 기록하고 기억한 것들은 내 삶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잠시 멈추어있던 경험의 시간을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그땐 어떤 예술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을까. 기대감에 마음이 설렌다.


#어떤예술은사라지지않는다 #윤혜정 #을유문화사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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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관측소 - 유동하는 도시에서 '나'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김세훈 지음 / 책사람집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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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는 도시를 벗어날 생각이었다. 속리산 부근의 외가로 삶의 터전을 옮길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직업 특성상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투병 생활이 시작되면서 도시에서의 삶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병원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도시에서 내 가치를 높이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도시설계학자인 저자는 변화하는 도시 메커니즘을 설명하며 각자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는 도시 관측력을 주장한다. 도시 관측력이란 공간의 가치와 맥락을 읽고 그 의미를 인식해 자신의 의사결정을 내재화하는 능력이다. 즉, 도시의 움직임과 공간의 변화를 파악하여 각자의 미래와 연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유행이나 트렌드를 쫓는 게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변화할 흐름을 주목하는 것이다.


도시를 하나의 브랜드로 여기고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며 새로운 감각을 깨우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20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며 도시를 관측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콤팩트 적용지와 스마트 축소 대상지를 구상한다. 또한 연결의 힘을 강조하며 메가시티를 제안한다. 또한 시대 변화에 필요한 유동적 감각의 예로 성수동과 뉴욕 맨해튼의 브루클린을 예시로 보여준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다시 부상하게 된 도심 제조업의 가치를 설명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확장되고 있는 디지털 아고라의 영향력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산업 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으며 달라지는 콘텐츠와 기획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서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인구 감소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방 도시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겨난다.


과거에는 도시화가 곧 발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공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 도시들은 경험의 장이 되기도 하고 도시의 유동성을 확대하기도 한다. 또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경제 중심으로 변하는 곳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도시 변화의 흐름을 읽고 각자의 삶을 흐름에 맞게 설계할 수 있는 감각을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의 눈으로 도시를 관측하고 해석하여 각자의 성장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도시관측소 #김세훈 #책사람집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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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람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승지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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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상징하는 다양한 것들 중 내가 좋아하는 건 청와대다 비록 지난 몇 년 동안 청와대의 위상이 예전만 못했지만 다시 돌아올 청와대 시대를 기대하며 이 책을 펼쳤다. 청와대에서 7년 넘게 근무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청와대라는 공간에서 기밀하게 움직이는 시스템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청와대 이야기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전 국민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지만 청와대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보안 때문이겠지만 업무용  폰이 2G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마냥 화려하고 웅장할 것이라 여겼던 청와대가 실상은 절약 실천의 선봉장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디지털에 익숙해진 시대에 아날로그로 가득한 사무실은 정겨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래도 생일이면 대통령 도장이 찍힌 떡과 카드가, 새해에는 서명이 들어간 연하장이 온다는 사실은 살짝 부럽기도 하다.


청와대도 여느 직장과 비슷하다. 매일 아침 출근길 인파에 떠밀리고 점심시간 눈치게임도 있으며 직장이라는 제도 안에서 무난하게 튀지 않는 삶을 이어간다.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국가를 대변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직업의 무게를 조금은 실감할 수 있게 한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청와대는 2022년 5월 10일 전혀 다른 공간으로 바뀌었다. 국민에게 개방한다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청와대에 부여되었던 상징성은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인상도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날씨가 좋으면 가끔은 청와대 앞 경복궁 뒷문 거리를 걸어 다니곤 했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은 존재마저 잊고 지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요즘, 청와대 역시 재정비 중이라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청와대라는 공간 속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언제까지나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그 청와대의 상징성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며 좋겠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다시 청와대 앞길을 걸어가고 싶다. 


#청와대사람들 #강승지 #페이지2북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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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어떻게 말하는가 - 공감 관계 소통 설득 … 무례한 사람도 내 편으로 만드는 4단계 대화 수업
최지훈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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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면 대화에 대한 고민이 사라질까. 나이가 먹을수록 타인과의 대화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과거 언론인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고 3년 동안 혹독한 훈련 과정도 거쳤기에 여전히 프로처럼 보이고 싶다. 이 책은 그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저자는 다양한 기업과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경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받은 대화법을 소개한다. 공감, 관계, 소통, 설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실전 대화법을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의 말을 듣는 태도를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말하는 것만큼이나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평소 생각해오던 바와 같았기에 저자의 대화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특히 '공감의 3원칙'이 기억에 남는다. 상대에게 함부로 조언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하며 경청하는 자세야말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자세라 생각한다. 혐오와 차별이 극단으로 치닫는 현실에서는 잃어버린 공감을 찾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사과를 하는 태도와 타인에 대한 사소한 배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의 시각을 갖고 고마운 마음을 과하다 싶을 만큼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습관 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대화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훈련과 연습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직장에서든 일상에서든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원하는 것을 얻는 데 필요한 건 화려한 언변이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체계적인 말의 구조를 그려 관계를 형성한 다음 상황과 대상에 맞게 설득하는 대처해야 한다. 


이 책에 소개된 4단계 대화 수업이 끝나고 나면 모든 대화 현장에서 자신감 있게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는어떻게말하는가 #최지훈 #흐름출판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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